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모·자회사 체제로 ‘수직분리’하는 국토교통부 쪽 조직 개편안이 국회 공청회 과정에서 사실상 거부당했다. 수직분리안을 포기하고 수평분리안으로 선회할 것인가, 아예 차기 정부 과제로 넘길 것인가 갈림길에 선 모양새다.
2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사실상 여당에서는 주거복지 부문을 모회사로, 토지·주택 개발 부문을 자회사로 하는 국토부의 ‘지주회사 체제’로는 9월 정기국회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실 관계자는 “(국토부가) 고집 피우지 않고 타협안을 만들면 정기국회 때 논의할 수 있다. (9월 정기국회 통과가) 시기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또다른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국토부안에 대해 반대가 우세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회 쪽에서는 수직분리안 보다 수평분리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가 제시한 3가지 방안 가운데는 모·자회사 수직분리안 외에 주거복지 부문과 토지·주택개발부문을 동등한 지위를 갖는 공기업으로 수평분리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었다.
1차 공청회 때만해도 국회 설득에 자신감을 보였던 국토부는 법무법인 태평양의 2차 용역 결과에도 국회의 반대 기류가 크게 달라지지 않자 난감한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모회사가 덩치가 큰 자회사를 통제한다는 데 의문이 제기되는 것 같은데 고민이 많다”며 “다른 부처들과 의견을 조율하고 있으며 8월 내 발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엘에이치 조직 혁신안 결정 자체를 차기 정부로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20일 2차 공청회에 참석했던 김용창 서울대 교수(지리학)는 “지주회사 체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지만 대체로 동의한 부분은 해체주의 담론에 매몰되어 섣부르게 해치우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며 “차기 정부의 주택정책을 집행할 기관이 엘에이치인데 이 정부가 미리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대선 국면에서 각 후보들이 차기 엘에이치에 대한 대안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역시 공청회에 참석했던 이강훈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변호사)은 “대체로 너무 급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해체 수준의 환골탈태’라는 전 국무총리의 말에 얽매일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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