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모산 전망대서 바라본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 연합뉴스
과도한 세금혜택으로 다주택자에게 ‘꽃길’을 깔아줬다는 비판을 받은 주택임대사업자제도가 또다시 존폐 기로에 놓였다. 4년 단기임대와 아파트 임대 신규등록을 폐지한 7·10 대책 당시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빌라 10년 임대에 대해서도 더불어민주당 부동산 특위가 신규등록 폐지를 검토하는 중이다. 임대사업자들의 반발에 ‘원점 재검토’로 한발 물러선 상태이지만, 임대사업자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2017년 12월13일 문재인 정부의 ‘등록임대 활성화 대책’ 발표 이후 4년 째 끊이지 않고 있다. 임대사업자 제도의 명암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임대차 시장 안정에 필요한 대안을 도출해야 하는 시점이다. 기존 임대사업자 제도가 골칫덩이로 전락한 원인과 개선방안을 4회에 걸쳐 살펴본다.
“이번 부동산 대책의 특징은 집 많이 가진 사람은 불편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년 4월까지 시간을 드렸으니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닌 집들은 파시라.”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제·금융 혜택을 드리니 다주택자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시면 좋겠다.”
문재인 정부 첫 부동산 종합대책인 2017년 8·2 대책에 대해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했던 두 발언은 요란했던 다주택자 규제 속에 숨은 모순을 보여준다. 4개월 뒤인 12월13일 발표된 ‘등록임대 활성화 대책’은 단 1호만 임대주택으로 등록해도 면적 상관없이 공시가격 6억원 이하면 양도세 중과 배제, 종부세 합산 배제 등의 세제 혜택을 줬다. 2018년에만 주택임대사업자는 14만8천명, 등록 임대주택은 38만2천호 각각 늘었다. ‘집 많이 가진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정책’으로 인해 시장에 매물로 나왔어야 할 38만2천호를 되레 세제 혜택을 줘 ‘보호’한 것이다.
주택임대사업자 제도를 둘러싼 존폐 논란이 끊이지 않는 데는 세입자 대신 다주택자를 보호하는 정책으로 전락한 지난 4년의 역사가 있다. 특히 임대사업자 제도는 문재인 정부 시기 강화된 다주택자 규제와 충돌하면서 박근혜 정부 시기 저점에서 주택을 매수한 다주택자들이 부동산 가격 폭등기에 발생한 막대한 양도차익을 챙기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2015년 이후 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이 가장 많았던 해인 2018년. 임대사업자로 신규 등록한 14만8천명은 어떤 사람들일까. 2017년 12·13 대책의 혜택을 누리고자 2018년 갑자기 갭투기에 나서 신규 주택을 취득해 다주택자가 된 이들일까.
그렇지 않다. 주택소유통계를 보면, 2018년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전년 대비 3.4%(211만9163명→219만1955명) 늘었으나 2015년~2017년(9.2%-5.4%-7.0%) 지속되던 증가세는 꺾였다. 서울은 2018년 다주택자 수가 오히려 0.1% 감소(38만9006명→38만8587명)했다. 2018년 등록한 임대사업자는 신규로 주택을 취득하기보다 이미 주택을 보유하고 있던 다주택자들일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다주택자 규제 완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친 2014년 9·1 대책 이후 다주택자가 양산됐다. 9·1 대책은 재건축 연한 단축(40년→30년), 재개발 임대주택 건설비율 완화(20%→15%), 수도권 공공택지 전매제한 및 거주의무기간 단축, 주택 청약에서 다주택자 감점 폐지 등 다주택자를 위한 종합선물세트였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2015년에 전년 대비 28.4%(30만5478명→39만2107명) 급증했고, 서울에서도 21.4%(7만1487명→8만6766명) 늘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2014년~2017년 11월까지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5억원대를 유지했다. 2017년 12월이 되어서야 6억원대에 올라선 뒤 가파르게 상승해 올해 5월 기준 9억1천만원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 저점에서 주택을 매입한 다주택자들은 임대사업자 제도의 최대 수혜자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시연구소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은마아파트(260호), 마포래미안푸르지오(203호), 상계주공5단지(180호), 한가람아파트(123호) 등 4곳의 등록임대주택(임대사업자가 등록한 임대주택) 766호를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취득시기는 2017년 이전이 88.3%(676호)였으나 이들의 임대개시 시점은 2018년 이후가 74.6%(588호)로 시차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다주택자들의 보유 주택이 대거 등록임대 주택으로 전환된 것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2017년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하면서도 등록임대 활성화 정책을 한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정책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일관성이 없었던 장면”이라고 꼬집었다.
2018년 서울의 공시가격 6억원 초과 공동주택은 12.8%(31만3161호)로, 대다수 서울 아파트는 임대 등록을 통해 양도세 중과 배제와 종부세 합산 배제(가격 기준 공시가격 6억원 이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 59㎡, 5억800만원), 한가람아파트(59㎡, 5억8500만원)도 2018년 공시가격이 6억원 미만이었다. 전 세대 37.4㎡인 상계주공5단지는 올해까지도 공시가격 6억원을 넘지 않는다. 2018년 9·13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장기보유특별공제 70% 조건에 면적 기준(85㎡ 이하)만 있고 가격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은마아파트를 비롯한 강남의 고가주택을 다수 보유한 다주택자도 임대주택으로 등록해 양도세를 70%까지 공제받을 수 있었다. 1주택자가 10년 거주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공제율 80%와 큰 차이가 없다.
2018년 9·13 대책으로 양도세 중과 배제와 종부세 합산 배제 혜택이 폐지되고 양도세 장특공제에도 가격 기준(공시가격 6억원 이하)이 생겼으나 9월14일 이후 신규로 취득하는 주택에 한정됐다. 9월13일 이전 취득 주택은 2020년 7·10 대책으로 4년 단기임대와 아파트 매입형 임대가 폐지되기 전까지 언제든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임대사업자 제도가 기존 다주택자들을 대상으로 상시적인 ‘부자감세’ 기능을 한 것이다. 2017년 25만9천명이었던 임대사업자는 2018년 40만7천명으로 급증했고, 7·10 대책 직전인 지난해 6월엔 52만9천명으로 2017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임대사업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등록임대주택이 강남 등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지역에 있는 있는 것들이 적지 않다”며 “2017년, 2018년 무렵에 임대등록을 해서 문재인 정부 시기 다주택자 규제 이슈에서 자유로운 분들이 적지 않았고 특히 종부세 강화의 정책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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