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새 주인 찾기에 나선 대우건설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중흥건설이 선정됐다. 그러나 대우건설 노동조합이 이번 매각은 노골적으로 특정업체를 밀어주는 등 공정성을 상실해 무효라면서 강력 반발하고 나서 진통이 예상된다.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케이디비(KDB)인베스트먼트(KDBI)는 5일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중흥건설을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매각 대상은 KDBI가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50.75%다. 입찰에 참여한 중흥건설의 경쟁자였던 스카이레이크-DS네트웍스-아이피엠(IPM) 컨소시엄은 예비 대상자로 지정됐다. 중흥건설의 인수가격은 2조원대 초반으로 알려졌다.
중흥건설은 인수가격 수정 끝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KDBI는 애초 지난달 25일 본입찰을 마감했고 중흥건설 측은 2조3천억원을, 스카이레이크 컨소시엄이 1조8천억원을 각각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본입찰 이후 중흥건설은 인수가격 수정을 KDBI에 요청했다. KDBI는 이에 스카이레이크 컨소시엄에 중흥건설의 수정 요청 제안 사실을 알리고 원할 경우 수정안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중흥건설이 2위와의 인수가격 차이가 너무 크다는 판단에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에 인수 불발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고 KDBI가 양측에 새로운 가격을 써내라고 요청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일 새로운 가격을 받은 결과 중흥건설은 2조3천억원보다 낮게, 스카이레이크 측은 1조8천억원보다 높게 인수가를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에서 KDBI가 수정 인수가격을 받은 것을 두고는 매각 작업이 원칙 없이 번복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시된 인수가격이 낮아 재입찰을 하는 경우는 더러 있어도 인수가격이 높아 수정안을 받는 사례는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심상철 대우건설 노조 위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을지로4가 대우건설 본사 앞에서 열린 대우건설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 출정식에서 ‘졸속 매각 철회’를 주장하며 삭발하고 있다. 대우건설 노동조합 제공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졸속·특혜 매각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심상철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노조위원장)은 “재입찰은 명백한 입찰 방해이자 특정 업체를 밀어주는 배임에 해당한다”면서 “정책금융기관이 국가자산 매각을 이처럼 졸속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전례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대우건설 매각과정 관련 졸속·특혜 매각 의혹을 수사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한편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을 품으면 대형 건설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대우건설은 시공 능력평가 기준 건설업계 6위 규모다. 중흥건설은 호남을 대표하는 건설사로, 그룹 내 시공 능력평가 15위인 중흥토건과 35위 중흥건설이 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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