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파는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 3’에는 사각형 캔 모양의 각형 배터리가 들어간다. 원래 테슬라는 일본 파나소닉과 한국 LG에너지솔루션이 만드는 원통형 배터리를 썼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자국 산업 보호 정책에 맞춰 중국 최대 배터리 제조사 CATL이 생산하는 각형 제품을 쓰기로 한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보이지 않는 압력 탓에 중국 내 전기차의 경우 CATL 배터리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국내 ‘배터리 삼총사’ 기업이 고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분위기가 썩 밝지만은 않다.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3대 리스크가 잠재해 있어서다.
실적은 분명 우상향한다. K-배터리 삼총사의 맏형인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341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견줘 흑자 전환했다고 28일 밝혔다. 이익 규모가 시장 예상을 1천억원 가까이 넘어서며 분기 최대 실적을 올린 것이다. 특히 수익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1분기 영업이익률은 8%에 이른다. 배터리 100만원어치를 팔면 8만원이 남는다는 의미다.
전날 삼성SDI도 올 1분기 배터리 사업 영업이익 469억원으로 지난해 1∼3월 대비 흑자로 돌아섰다고 발표했다. 막내 격인 SK이노베이션은 다음달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1분기에도 배터리 사업에서 1천억원 규모 적자가 이어진 것으로 추정하지만, 회사 측은 내년에는 손익분기점을 지나며 이익을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배터리 삼총사의 전망이 장밋빛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우선 최대 경쟁자인 중국 기업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 전기차 시장 전문 조사 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업체는 중국 CATL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위,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각각 5위, 6위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글로벌 점유율 1위는 LG였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지원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CATL, 비야디(BYD) 등 중국 배터리 기업이 약진하고 있다.
더 큰 위협은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가 전기차 배터리를 직접 만들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전기차 판매 1위 회사인 테슬라와 독일 폴크스바겐에 이어 미국 포드도 27일(현지 시각) 배터리 자체 개발을 선언했다. 배터리 제조사로선 고객사에 먹거리를 뺏기는 대형 악재다. 연초 주가가 100만원을 넘어섰던 LG에너지솔루션 모회사 LG화학의 주가가 최근 80만원 선으로 내려앉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배터리 자체의 품질 리스크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 코나 전기차 화재로 인해 대규모 리콜 비용을 부담하며 지난해 4분기 439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한 번의 사고로 직전 2∼3분기에 벌어들인 돈을 몽땅 까먹은 것이다.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중국 정부가 현지 기업을 밀어주는 만큼 국내 기업이 낄 자리가 없다”면서도 “과거 삼성SDI도 배터리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삼성전자 반도체 담당 임원들이 투입됐으나 실제 생산에 이르기까지 애를 먹었던 만큼 완성차 업체가 단기간에 배터리 생산 기술력을 갖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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