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산업·재계

13년 전 약속 ‘유익한 일’이란?…삼성 사회공헌 뭘 담을까

등록 2021-04-23 05:00수정 2021-04-23 09:08

상속세 납부 임박, 사재출연 약속 부각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008년 4월22일 오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지하1층 국제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영 퇴진 선언과 경영 쇄신안을 담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008년 4월22일 오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지하1층 국제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영 퇴진 선언과 경영 쇄신안을 담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고 이건희 삼성 회장 상속인들의 상속세 신고·납부 기한(30일)을 앞둔 시점에서 유산 나누기·세금 부담 방식과 함께 또 하나 주요 관심사로 떠올라 있는 것은 상속 재산 일부의 사회 환원 여부와 그 쓰임새다. 일각에선 1조원대로 예상되는 사회 환원 재원 중 상당액이 코로나19 확산을 계기삼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에 쓰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남은 돈 회장이나 가족 위해 쓰지 않겠다”

미술품 기증과 함께 공익적 목적에 쓰이는 방향으로 사재 출연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은 이 회장의 공개 약속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 회장은 2008년 4월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경영 일선 퇴진을 선언하면서 그룹 경영쇄신 내용 중 하나로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 중에서 누락된 세금 등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의 양심 고백으로 촉발된 삼성 비자금 사태에 대한 특별검사의 수사 뒤에 일어난 파장이었다.

문구상 ‘유익한 일’이라고만 했지만, 사재 출연 형식을 띤 관련 재산의 사회 환원 약속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삼성은 이 회장의 사과문 뒤에 덧붙인 ‘경영쇄신 내용’에서 “남은 돈을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는 않겠다고 했다”는 표현을 덧붙였고 “구체적인 용도에 대해서는 회장의 취지에 맞도록 시간을 갖고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약속은 지난 지금껏 실행으로 옮겨지지 않았다. 삼성 쪽에서 현금 또는 주식 기부, 재단 설립 등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만 했을 뿐이다. 이 회장이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마저 중단됐다.

실명 전환된 재산의 정확한 실상은 장막에 가려져 있다. 삼성 계열사 주식 2조1천억원어치 중 세금 등을 내고 남은 금액이 1조원 남짓이란 정도로 알려져 있는 상태다. 당시 약속에 따르면 사재 출연 규모가 1조원대일 것이란 관측은 여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상속인들이 다음 주에 발표할 상속세 신고·납부 방안에 일부 재산의 사회 환원 내용을 담을 경우 13년 만에 약속을 이행하게 되는 셈이다. 재계에선 삼성 지배주주 일가가 고인의 생전 약속을 지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검토설도

삼성 일가가 사재 출연을 하는 쪽으로 선택하게 되면 삼성으로선 뒤늦게나마 약속을 지켰다는 의미와 함께 부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이어진 경영권 승계를 두고 줄곧 제기돼온 ‘세금 없는 대물림’이란 비판의 강도를 낮출 수 있다고 봐서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문제와 무관치 않은 ‘국정 농단 사건’에 얽혀 확정판결을 받고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여기에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사이의 부당한 합병을 지시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22일 첫 정식 재판을 받았다. 이 또한 경영권 승계와 얽혀 있는 사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재출연 관측에 대해 “유족들이 각각 선임한 변호사를 통해 상속 재산에 대한 처리를 논의하고 있다는 것 말고 회사에선 유족들의 뜻을 전혀 모르고 관여할 바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상속세 신고·납부와 관련한 발표 때는 언론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회사가 관여될 텐데 전달받은 내용이 아직은 없고 일정조차 명확치 않다”고 말했다.

사재 출연과 관련해 눈길을 끄는 대목 중 하나는 삼성의 대표적인 장학재단인 삼성장학회가 설립 19년만인 올해 2월 사업을 중단했다는 사실이다. 삼성장학회는 이 회장이 ‘인재경영’ 철학을 담아 아들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사재를 들여 2002년 설립한 재단이다.

삼성장학회 해산은 지배주주 일가가 사재 출연으로 공익 재단을 설립해 공백을 메울 것이란 관측을 낳은 실마리의 하나다. 일각에선 감염병 전문병원을 운영하는 재단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내용이다. 별도 재단 설립 없이 기존 재단을 활용한다면 예상 통로는 삼성생명공익재단, 삼성문화재단 등이 꼽힌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