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KT 미디어 콘텐츠 전략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KT 구현모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KT 제공
지난해 ‘탈통신’을 선언한 케이티(KT)가 영상 콘텐츠 제작 등 본격적인 미디어 콘텐츠 사업 투자 전략을 내놨다. 자회사 등이 보유한 콘텐츠 지식재산(IP)을 바탕으로 영상을 제작하고, 올레 티브이(TV) 등을 통해 유통한다는 게 뼈대다. 다만 업계에선 넷플릭스 등 국외 경쟁사와 맞서기 위해선 투자 규모를 더 키우고 국외 진출도 적극 모색해야 승산이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구현모 대표이사를 비롯한 케이티 그룹 주요 경영진은 23일 서울 광화문 케이티스퀘어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케이티 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한 그룹 차원의 미디어 콘텐츠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인 넷플릭스처럼 영화와 드라마 등의 제작에 케이티가 직접 나선다는 게 핵심이다.
영상 제작은 최근 설립한 ‘케이티 스튜디오지니’가 맡는다. 자회사 스토리위즈가 보유한 웹소설·웹툰 관련 지식재산을 바탕으로 드라마, 영화, 예능 등의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이다. 제작된 영상은 스카이티브이(skyTV) 실시간 채널을 비롯해 올레 티브이, 스카이라이프 등 케이티 그룹 플랫폼에서 유통한다.
지난해 케이티 그룹의 미디어·콘텐츠 사업 매출은 3조1939억원으로 10여년 간 연평균 15% 수준의 증가율을 보였다. 여기에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점점 중요해지는 상황에 발맞춰 직접 영상을 제작하면서 이 추세를 이어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영상 제작에는 케이티가 보유한 미디어 시청 빅데이터가 활용된다. 케이티가 보유한 유료방송 서비스 가입자 1300만명의 초 단위 콘텐츠 시청 집중도와 이용 패턴 등을 분석해 도출한 ‘흥행 예측 모델’을 영상 제작에 활용한다는 뜻이다. 또한 제작비를 투자한 콘텐츠의 지식재산권을 완전히 소유하는 넷플릭스와는 달리 지식재산을 제작사와 공유하는 생태계도 구축할 예정이다. 흥행에 성공할 때 뒤따르는 과실을 제작사와 함께 나누는 열린 생태계를 지향한다는 취지로, 자체 제작 외에도 외주 제작도 적극 나선다는 얘기다.
케이티는 이를 통한 매출 성장 목표나 구체적인 제작비 투자 규모 등은 밝히지 않았다. 현재 에스케이(SK)텔레콤과 지상파 3사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웨이브는 2020년~2023년까지 3천억원의 제작비를, 씨제이 이엔엠(CJ ENM)이 운영하는 티빙은 2021년~2023년 4천억원의 제작비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구현모 대표이사는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쟁사의 투자 규모인 3~4천억원보다는 많은 수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케이티가 몇년 안에 영상 제작 사업에서 수익을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1300만명이라는 국내 최대의 유료방송 서비스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국외 판매 없이는 대규모 제작비 이상의 수익 구조를 내기 힘들 수 있어서다. 배대식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3~4년 동안 몇천억원 투자 수준으로는 국외 오티티에 대항하긴 역부족일 것”이라며 “해외 시장 진출을 빨리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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