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삼성 갤럭시 어썸 언팩’에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마케팅팀 이세진(Rachel Lee) 프로가 ‘갤럭시 A’ 시리즈 신제품을 소개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17일 중저가 스마트폰으로는 처음으로 ‘언팩’ 행사를 열어 손떨림 방지나 방수·방진 지원 등 전략폰에서만 봤던 기능을 탑재한 보급형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중국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로 생겨난 시장의 빈자리를 오포·비보·샤오미 등 또다른 중국 업체들이 메우고 있는 추세를 역전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가파르게 하락한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애플 등에 자사의 5세대(5G) 이동통신 특허 기술 로열티를 부과하겠다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된 ‘삼성 갤럭시 어썸 언팩’ 행사에서 중저가형 스마트폰인 ‘갤럭시 에이(A)52’와 ‘갤럭시 에이(A)52 5G’ ‘갤럭시 에이(A)72’를 소개했다. △6400만 화소 렌즈를 포함한 후면 쿼드 카메라 △슈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 △4500~5000㎃h의 대용량 배터리 △방수·방진 △광학식 손떨림 방지(OIS) 등이 특징이다. 특히 광학식 손떨림 방지 기능이나, 에이72에 탑재된 광학 3배 줌 및 디지털 30배 줌은 에이 시리즈 최초로 지원됐다. 가격은 47만~60만원이다.
물론 전반적인 카메라 기능이나 디스플레이 등은 갤럭시 에스(S) 시리즈 등 전략폰 수준엔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제품엔 합리적 가격대에 전략폰의 장점을 적절히 버무린 중저가폰으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겠다는 삼성전자의 전략이 담겨 있다. 지난 16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발표를 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19%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문제는 올해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 코로나19로 프리미엄급 전략폰보다 중저가폰을 찾는 수요가 점점 더 많아지는 데다 올해 들어 오포·비보·샤오미 등 중국 중저가 스마트폰업체가 화웨이의 빈자리를 무섭게 치고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갤럭시 A52', ‘갤럭시 A72'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가 지난 3일 낸 보고서를 보면, 샤오미·오포·비보의 올해 1월 스마트폰 판매량 잠정치는 지난해 1월보다 각각 66%, 26%, 7% 증가했다. 반면, 삼성전자 판매는 오히려 4% 감소했다. 김록호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와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삼성전자가 주춤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중저가 모델에 힘을 싣는 것은 시장 점유율 확보와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이루려는 전략과 닿아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기획그룹 김성구 상무는 지난 1월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중저가 라인업 도입 확대 계획을 설명한 뒤 “원가구조 개선과 운영 효율화 등 견조한 수익성 달성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제재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빼앗긴 중국 화웨이는 새로운 전략을 들고 나왔다. 삼성전자·애플 등 휴대폰 제조업체들에게 5G 이동통신 기술 관련 특허 사용료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 이날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쑹류핑 화웨이 최고법률책임자(CLO)는 전날 중국 광둥성 선전에 있는 화웨이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애플 등과 특허 로열티와 크로스 라이선싱(원천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서로의 지적재산권 사용을 허용하는 상호 특허 계약) 협상에 나선다”며 “스마트폰 1대당 특허 로열티 상한을 2.5달러로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화웨이의 특허 사용료 요구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금지 등 제재조처로 스마트폰 사업이 큰 타격을 받고 궁지에 몰린데다 이동통신 장비사업도 위협을 받는 상황을 ‘특허료 수익’ 카드로 돌파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독일의 특허 전문 시장조사업체 아이플리틱스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화웨이는 전 세계 5G 표준 특허 중 15.4%를 보유해 압도적인 특허 1위 기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회사의 별다른 입장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조계완 기자
kh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