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모델이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비스포크 홈 신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9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 5층에 들어서니 초록 싱크대 옆 샛노란 냉장고부터 눈에 띄었다. 따사로운 태양 아래 익어가는 오렌지 나무를 떠올리게 하는 톡톡 튀는 주방 인테리어에 마음이 끌리지만 걱정도 든다. ‘몇 년 뒤에는 질리거나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을까?’ ‘주방과 연결된 거실까지 맞춤형으로 꾸밀 수 있을까?’
삼성전자가 이날 공개한 ‘비스포크 홈’(BESPOKE HOME)은 이런 걱정을 어느 정도 덜어준다. 비스포크 홈은 두가지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선 주방을 포함해 거실과 침실, 세탁실 등 집 전체를 통일감 있게 꾸미도록 해준다. 또 이사 등으로 인테리어 콘셉트를 조정해야할 때도 새 제품 구매 없이 기존 제품의 패널을 바꾸는 것만으로 다른 느낌을 살릴 수 있다.
‘비스포크 홈’은 코로나19로 집콕족이 늘면서 일상생활을 포함해 일과 운동 등 모든 활동이 집에서 이뤄지는 환경을 고려한 콘셉트다. 각자의 취향을 맞출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권을 주는 가전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를 고려했다. 2019년 처음 출시된 비스포크 냉장고는 지난 2월 누적 출하량 100만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삼성 국내 냉장고 매출에서 비스포크 비중은 65%에 이른다.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비스포크 가전이 키친에서 리빙까지 확대된 만큼 올해에는 국내 삼성전자 생활가전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출시될 비스포크 홈 신제품은 모두 17개다.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정수기,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등 주방용 가전제품은 물론 에어컨과 무선청소기, 공기청정기, 세탁기, 건조기, 에어드레서, 신발관리기까지 포함된다. 사실상 삼성전자 생활가전 제품 대부분이 다양한 색상을 무기로 한 비스포크 라인업에 들어오는 모양새다. 특히 비스포크 냉장고 신제품은 고객이 고를 수 있는 색상이 기존 22가지에서 360가지로 크게 늘어난다.
또 올해 출시되는 신제품부터 냉장고나 에어컨 등에 사용되는 ‘디지털 인버터 컴프레서’와 세탁기, 청소기에 사용되는 ‘디지털 인버터 모터’를 기한 없이 무상 수리 또는 교체해주는 평생보증 서비스가 적용된다. 기존 무상 수리 기간은 10~12년이었다. 이에 고장 걱정없이 언제든 간편하게 패널만 교체해 새 인테리어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외에 다양한 분야별 전문업체와의 협업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헤이카카오’ 앱을 통해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의 협업과 다양한 냉장고 패널 색상을 제공하는 벤자민 무어와의 협업이 대표적이다. 씨제이(CJ)제일제당과도 손잡고 가정간편식을 전자레인지로 쉽게 조리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들고, 세제가 떨어지기 전에 구매하는 ‘세제 간편 구매’ 기능을 세탁기에 적용하기 위해 쿠팡과도 손을 잡기로 했다.
다양한 생활 가전을 통일성 있게 갖추고, 소비자가 직접 색상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이런 솔루션은 최근 1년 새 가전 업계의 핵심 전략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삼성전자가 비스포크 라인업을 주방 가전에서 세탁실·침실용 가전으로 확장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비스포크와 유사한 ‘오브제컬렉션’을 운영 중인 엘지전자도 해당 라인업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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