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4일 0시부터 전국적으로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취소 권고 혹은 전면 금지되면서 호텔과 관광지, 스키장, 골프장 등 연말을 맞아 손님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던 곳에서 예약 취소나 변경이 잇따르고 있다. 환불 등 소비자 피해는 구제받을 수 있을까?

기본원칙은 공정거래위원회가 11월13일부터 시행 중인 위약금 감면 기준이 적용된다. 공정위는 코로나19로 민원이 급증하고 있는 여행·항공·숙박·외식서비스업 등 네 분야에 감염병 단계별 위약금 감면 기준(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안)을 사업자 및 소비자 단체와 협의를 거쳐 새로 마련한 바 있다. 국내 여행·항공·숙박업종의 경우 위약금 없이 계약 해제가 가능한 ‘면책’ 대상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조치에 따른 활동 제한 △시설 폐쇄·운영중단 등 행정명령 △특별재난지역 선포 △항공운항 중단 등이다. 공정위 쪽은 2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번 5인 이상 모임 취소 상황에서도 이 분쟁해결기준에 준해 적용하면 될 것이다. 다만 강제성 있는 법령은 아니고, 당사자 사이에 각자 처한 상황에서 협의할 때 기준으로 삼고 참고할 권고의 성격”이라고 말했다.

물론 어느 업종이든 계약 당사자끼리 합의하면 위약금 없이 계약 일정을 취소·변경·해제할 수 있다. 합의되지 않으면 숙박·항공의 경우 계약을 해제할 때 평상시 대비 위약금을 ‘50% 감경’한다. 이때 감경 적용 기준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및 2.5단계 조치에 따른 이동 자제 권고’이다. 여행업종도 계약 해제 때 위약금을 평시 대비 50% 감경하도록 했다.

외식서비스(연회시설 운영) 업종에도 면책 및 위약금 감경(40%, 20%) 기준이 시행 중이다. 연회시설·지역에 시설 폐쇄·운영중단 등 행정명령이 발령돼 계약 이행이 불가능하면 위약금 없이 계약 해제(면책)할 수 있다. 당사자 간 합의로 위약금 없이 행사 연기, 인원 조정, 취소 등 계약 내용을 변경할 수 있고, 합의되지 않은 채로 계약을 해지할 때는 ‘위약금 40% 경감’(집합제한·시설운영제한 등 행정명령 발령시), ‘20% 감경’(감염병 위기경보 심각 단계 발령시)이 정해져 있다.

여행·숙박업계는 정부가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발표하자 고객들에게 예약 취소를 다급히 안내하고 나섰다. 한 리조트 업계 관계자는 “일단 갑자기 발표돼 날짜별로 예약률이 50% 넘는 사업장들을 체크하고 있다. 만실이거나 50%를 넘는 날은 예약 손님 중에 누구를 취소할 거냐도 문제다. 선례가 없는 터라 세부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호텔 쪽은 “정부 발표를 보고 나서 지침을 급히 만들었다”며 “가장 최근에 임박해 예약한 분부터 역순으로 전화해 상황을 설명드리고 취소를 안내하는 중이다. 고객들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원리조트도 집합금지 기간의 투숙권에 한해 무료 취소를 예약자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복수의 저비용항공사(LCC)들은 “호텔 등의 문제로 예약을 취소할 때 공정위의 거리두기 단계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번 2.5단계 조처)을 그대로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의로 위약금 없이 계약을 변경하거나, 합의되지 않을 경우 ‘50% 감경’을 적용하겠다는 뜻이다.

조계완 박수지 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