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생활가전사업부장 이재승 사장,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 이정배 사장,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 최시영 사장,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전략실장 김재열 사장. 삼성전자 및 삼성경제연구소 제공
삼성전자가 ‘성과주의’와 ‘세대교체’를 앞세워 생활가전·반도체 사업부문 새 사장단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 삼성전자를 이끌어온 김기남·김현석·고동진 등 대표이사 3명은 유임됐다. ‘안정 속 변화’를 추구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별세 뒤 관심을 끌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없었다.
삼성전자는 2일 사장 승진 3명, 위촉 업무 변경 2명 등 총 5명 규모의 2021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소비자가전(CE)부문 생활가전사업부장인 이재승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생활가전 부문 출신으로는 삼성전자 창립이래 첫 사장이다.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메모리사업부 디램(DRAM)개발실장인 이정배 부사장이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으로,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글로벌인프라총괄 메모리제조기술센터장인 최시영 부사장이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기존 메모리사업부장 진교영 사장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 사장으로, 파운드리사업부장 정은승 사장은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 신설된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전자는 “성과주의 구현과 함께 미래를 대비한 새로운 혁신과 도전을 이끌 세대교체 인사를 실현했다”고 이번 인사를 자체 평가했다. 실제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부를 이끌 새 사장들은 전임들에 비해 한층 젊다. 이정배 사장과 최시영 사장은 각각 53살, 56살로 전임자들보다 4~5년 어리다.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과 김현석 소비자가전(CE)부문장(사장), 고동진 아이티·모바일(IM)부문장(사장)은 연임됐다. 삼성전자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 기존 3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면서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혁신과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과감한 쇄신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25일 이건희 회장 별세 후 관심을 모았던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없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후계 구도가 명확하지 않을 때는 빨리 취임해 조직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사실상 회장 역할을 6년 이상 해왔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데다 이건희 회장의 49재도 치르지 않았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의 주요 관계사들 일부도 고위 임원급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삼성경제연구소는 김재열 스포츠마케팅 연구담당 사장을 글로벌전략실장(사장)에 보임해 눈길을 끌었다. 김 실장은 고 이건희 회장의 둘째 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남편이다. 동아일보·채널A 대표이사 사장인 김재호씨의 동생이기도 하다. 그는 이 이사장과 결혼 2년 뒤인 2002년 제일기획에 상무보로 입사한 뒤 제일모직과 삼성엔지니어링 등 삼성 주요 계열사에서 두루 경력을 쌓았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후계 구도가 이재용 부회장 중심으로 굳어지는 과정에서 2018년 삼성경제연구소로 자리를 옮기며 경영 일선에선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김 사장은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글로벌 핵심인재 영입을 통해 미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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