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탈학벌 바람이 올해도 계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이른바 스카이(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 출신 최고경영자 비율은 29.3%로 2년 연속 30%대를 밑돌았다.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가 2일 공개한 ‘2020년 국내 1000대 기업 CEO 출신대 및 전공 현황 분석’을 보면, 1000대 기업 최고경영자 1633명 가운데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출신은 478명(29.3%)이었다. 지난 2008년 이후 40%대를 유지해오던 스카이 출신 최고경영자 비율은 2013년(39.5%)에 처음 30%대로 진입했고 지난해(29.4%)에는 20%대로 줄었는데 이 추세가 올해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조사 대상 1000대 기업은 상장사 매출액 기준이며, 최고경영자는 반기보고서 기준 대표이사 직위를 유지하고 있거나 사장급 이상인 등기임원(사내이사)이다.
출신 대학별로 살펴보면, 서울대 출신이 243명(14.9%)으로 가장 많았고, 고려대가 121명(7.4%), 연세대 114명(7%) 순이었다. 전체적으로 스카이 출신은 줄었지만, 서울대 출신 최고경영자가 고려대와 연세대를 나온 최고경영자를 합친 숫자보다 더 많은 상황은 올해에도 지속됐다.
이 가운데 국내 30대 그룹의 총수 가운데 3분의 1이 고려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에스케이(SK) 최태원 회장, 지에스(GS) 허창수 회장, 씨제이(CJ) 이재현 회장, 두산 박정원 회장 등이 고려대 출신이다. 연세대 출신 중에서는 여성 최고경영자가 많았다.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을 비롯해 클리오 한현옥 대표이사, 매일유업 김선희 대표이사 등이다.
서울대 출신 최고경영자로는 씨제이(CJ)제일제당 손경식 회장, 한샘 조창걸 창업자, 동진쎄미켐 이부섭 회장 등이 있다.
유니코써치 김혜양 대표는 “최근 재계는 단순히 학벌 위주로 시이오(CEO)와 임원들을 선발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시대 변화 흐름을 빨리 읽을 수 있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능력과 조직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인성을 겸비한 인재를 리더로 선발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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