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 케이씨지아이(KCGI) 대표. 연합뉴스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대립 중인 ‘주주연합’이 최근 보유 주식을 담보로 1300억원 추가 대출을 받아 눈길을 끈다. 기존 대출 상환과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서려는 움직임이었으나,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기습 발표함에 따라 당분간은 가처분소송 진행에만 몰두한다는 입장이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주주연합 당사자 중 하나인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KCGI)의 종속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 12일 메리츠증권과 한진칼 550만주(지분율 9.04%)에 대한 담보계약을 체결했다. 그레이스홀딩스 쪽은 주식을 담보로 1300억원 대출을 받았다. 케이씨아이 쪽은 대출을 받기 약 한 달 전부터 여러 증권사와 접촉하며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하려던 계획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공교롭게도 언론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분 추가 매입은 중단됐다.
만일에 대비한 ‘실탄’ 준비가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케이씨지아이 쪽은 “기존에 여러 저축은행에서 나눠 받은 대출금을 만기가 올 때마다 공시해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이 있어 정리한 뒤, 추가로 대출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케이씨지아이 관계자는 “산은의 발표 이후엔 지분 추가 매입의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에 가처분소송에만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케이씨지아이는 메리츠증권과 계약을 맺은 날 진주·페퍼·더케이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등 여러 2금융권과의 담보계약을 해지한다는 공시도 냈다. 주주연합은 지난 16일 산업은행이 공식 발표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통합 추진을 저지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현재 주주연합 측 지분율은 46.71%로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약 41%대)에 앞서지만, 유상증자까지 순조롭게 이뤄지면 지분율이 역전돼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종결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산은이 한진칼에 8천억원을 투입한 뒤 지분 약 10.7%를 확보하면, 산은이 조원태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서다. 이런 해석에 대해 산은은 “일방에 우호적인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선을 긋고 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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