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서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연합뉴스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에다 독과점 논란, 내부 반발 등이 예고된 상황에서 정부의 특혜 시비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13일 정부와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정부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안건을 다음주 중 산업경쟁력강화 장관회의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전날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을 한진그룹에 매각한다는 소식이 돌자, 산은이 “여러 옵션 중 하나로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기정사실화됐다. 이날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전날보다 7.8% 뛴 반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과 대한항공 주가는 각각 8.3%, 2.6% 내렸다.
산은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비슷한 딜 구조를 짜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산은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8천억원을 주식으로 전환(지분율 약 37%)해 한진칼에 현물출자하거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을 집어넣어 한진칼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30.77%)을 인수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한진그룹은 경영권 분쟁 중으로, 주주연합의 반발은 물론 대법원 판례 등에 따라 제3자에 대한 신주 발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산은 입장에서도 추가 자금을 집어넣는 것보다는 영구채 전환 방식이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럽다. 어느 방식이든 딜이 성사되면, 산은은 한진칼의 주요 주주가 된다.
앞서 산은은 지난해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에 팔 때, 대우조선 지분 전량(55.7%)을 현물출자해 현대중공업과 함께 중간지주회사(한국조선해양)를 세우는 대신 1조2500억원 규모의 지분(7%)을 받아 산은이 2대 주주가 되는 구조를 짰다. 이후 기업결합심사 절차 등이 마무리되면 한국조선해양이 1조5천억원 규모로 유상증자해 대우조선을 지원하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일자리와 산업발전을 고려해 아시아나항공을 이대로 두기는 어렵다”며 “산은이 해본 익숙한 방식으로 아시아나를 매각하는 것을 유력하게 타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양대 항공사의 인수합병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메가 캐리어’(대형 항공사)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두 회사를 합치면 지난해 기준 매출액이 19조6500억원에 이르고, 보유 항공기 대수도 243대로 늘어난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자금 투입의 최소화, 고용 안정 등에 도움이 된다면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정부로서도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도 “(인수 지원이) 돈을 더 효율적으로 쓰면서도, 외국 항공사와의 경쟁 측면에서도 더 낫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는 동전의 양면처럼 독과점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선 점유율은 대한항공(23%)과 아시아나항공(19%)만으로 42%고, 두 회사의 저비용항공사(LCC)의 점유율까지 더하면 50%를 훌쩍 넘긴다. 이에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 통과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구조조정 우려로 내부 반발 조짐도 있다. 두 회사의 6개 노동조합은 다음주 중 회동해 산은과 사쪽에 노사정 협의회 구성 등을 제안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걸림돌은 특혜 시비다. 한진그룹은 사주 일가의 갑질과 경영권 분쟁으로 여론이 따갑다. 정부가 이미 아시아나항공에만 정책자금을 수조원 투입한 상황에서 한진그룹 일가에 대한 특혜로 비칠 수 있어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맞서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으로 구성된 주주연합은 산은이 한진칼 주주로 올라설 경우, 결과적으로 조 회장의 우군이 될 것을 경계 중이다. 현재 주주연합이 47.71%, 조 회장 측이 41.3%의 지분을 보유하며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주주연합의 한 축인 케이씨지아이(KCGI)는 이날 “현재 외부 자금 지원이 필요한 기업은 한진칼이 아니라 대한항공”이라며 “한진칼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다른 주주들의 권리를 무시한 채 현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한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박수지 이경미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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