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경제입법관련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 등 경제개혁 관련 법안들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입법 저지’가 아닌 대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재벌그룹의 불공정 행위 제한 등과 같은 입법 취지에 공감한다는 것을 공식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삼성 지배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보험업법 개정 취지에도 공감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불공정거래를 바로잡고 대주주의 전횡을 막겠다는 입법 취지는 잘 이해한다. 모두 찬성, 모두 반대로 갈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부의 법 개정안이 ‘기업 옥죄기법’이라며 입법 저지에 나선 전국경제인연합회 등과는 차이가 큰 시각이다. 이경상 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박 회장은 취임 이후 한결같이 경제 관련 입법에 대해 기업에 부담이 된다고 무조건 반대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며 박 회장 발언의 맥락을 설명했다.
회견에 앞서 상의는 법률 개정안 세부 사항에 대한 대안을 담은 ‘주요 입법현안에 대한 의견’을 언론에 공개했다. 각론에는 이견이 있다는 뜻이다. 박 회장도 회견에서 “(입법 취지보다) 방법과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 예로 상법 개정안에 담긴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분리 선출 때 총수 일가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행사 제한(3% 규정)에 대해, 상의는 “투기펀드가 감사위원을 추천·선임하려 할 때는 대주주 등의 의결권 제한의 예외로 둬야 한다”고 밝혔다. 또 공정거래법 개정에 담긴 계열사 간 내부거래 제한 강화에 대해서도 “지주회사 체제의 그룹은 규제 대상에서 빼야 한다”고 상의는 주장했다.
하지만 상의의 대안이 입법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나온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3%룰 예외 적용’과 관련해 “투기 펀드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며 “모든 펀드를 투기 펀드로 분류하게 되면 입법 취지에서 벗어난다”고 짚었다. ‘지주회사 내부거래 예외 인정’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높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지주회사에 의한 사익편취가 가장 심한데 지주회사 내부거래에 입법 적용을 배제하자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상의는 국회에 제출된 보험업법 개정안을 ‘반대 대상 법안’이 아닌 ‘신중 처리 대상 법안’으로 분류해 눈길을 끌었다. 이 법안이 처리될 경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을 상당 기간 내에 매각해야 하는 터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변화를 가져온다. 재계에선 그동안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공감을 금기시해왔다.
송채경화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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