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전제품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보조 가전’을 찾는 고객이나 1인 가구를 위한 중소기업의 소형가전이 주목을 받고 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벨(belle)은 프랑스어로 아름다움을 뜻합니다. 고객님들의 생활 공간이 벨처럼 더 아름답고 창조적인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프리미엄 제품을 판매 중입니다. 고객님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 레트로 냉장고 부문에서 상위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난 4일 롯데하이마트 모바일 앱 라이브 홈쇼핑 방송 ‘하트라이브’에 출연한 박민규 서울전자 가전사업본부장이 소형가전 부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레트로(복고풍) 냉장고 ‘벨’을 소개했다. 이날 방영된 ‘하트라이브’는 롯데하이마트가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파트너사의 판로 지원을 위해 마련한 특별 프로그램이다.
■ 소형가전 찾는 1인 가구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전제품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보조 가전’을 찾는 고객이나 1인 가구를 위한 중소기업의 소형가전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전자산업협동조합의 김형철 이사는 1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최근에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소형화된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 소형가전을 주로 제조·판매하는 중소기업의 매출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교역량이 감소하는 추세 속에서 중소기업의 가전제품 수출액은 올해 상반기에 껑충 뛰었다. 지난 7월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발표한 ‘2020년도 상반기 및 2분기 중소기업 수출 동향’을 보면,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 가전제품 수출액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67.8% 증가했다. 중기부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트렌드의 수혜를 받고 있는 불황 속 수출 유망품목으로 노트북, 모니터, 웹캠, 빔프로젝터, 마이크, 헤드폰, 공기청정기, 진공청소기 등을 꼽았다.
국내에서는 주로 레트로 감성이 묻어나는 독특한 디자인의 가전이나 1인 가구를 위한 소형 주방 가전, 홈트(홈트레이닝)족을 위한 전자운동기기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겨레>가 중소기업의 수출을 지원하는 코트라(KOTRA)와 롯데하이마트 등의 추천을 받아 중소기업 가전 인기 아이템을 뽑아봤다.
■ 인테리어와 공간활용을 동시에
대형 티브이(TV)나 대용량 세탁기 등 주로 ‘대형 가전’에 집중하는 엘지(LG)전자와 삼성전자 등과 달리 중소기업은 1인 가구를 위한 ‘작고 예쁜’ 가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집 인테리어와 공간 활용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어하는 젊은층에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바로 ‘레트로 냉장고’다. 서울전자의 ‘벨’은 레트로 냉장고의 원조인 이탈리아업체 스메그와 비슷한 감성의 디자인을 갖췄지만 가격대는 5분의 1 수준이다. 박민규 본부장은 “1인 가구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와인이나 음료수를 보관하기 위한 보조 냉장고로도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밥솥 시장은 쿠쿠와 쿠첸 등 중견기업의 브랜드 인지도가 여전히 높지만 최근에는 당뇨병 예방이나 다이어트 등 건강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다양한 기능을 가진 중소기업 전기밥솥이 출시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출시되기 시작한 ‘저당 밥솥’은 전분이 녹은 밥물을 배출해 탄수화물을 줄여주는 밥솥이다. 당쿡의 ‘저칼로리 저당밥솥’과 쿡스클럽의 ‘로우로우 미니 저당밥솥’ 등이 주목받고 있다. 롯데하이마트 최준석 상품총괄팀장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고 가심비를 추구하는 등 다양한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저당밥솥처럼 기존 제조사가 하지 못한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는 중견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 ‘똑똑한’ 육아족 겨냥한 스마트 젖병
‘육아의 다음 레벨’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복합센서를 이용한 사물인터넷(IoT) 젖병인 ‘스마트 보틀’을 판매하는 리틀원은 국외에서 더욱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꿈나무 수출 중소기업이다. 스마트 보틀은 일반 젖병처럼 생겼지만 젖병 밑에 있는 센서와 가열판을 통해 분유를 최적 온도로 유지하면서 아이가 원하는 시간에 수유할 수 있도록 했다. 리틀원은 올해 세계 최대 가전·아이티(IT)박람회 ‘시이에스(CES) 2020’과 베를린 국제 가전박람회인 ‘이파(IFA) 2020'에도 참가했다. 이병규 리틀원 대표는 “지난해엔 미국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스마트 보틀을 선보여 초기 제작한 3천대를 4개월 만에 모두 판매했다”며 “올해 상반기 리틀원의 매출은 지난해 대비 두 배 넘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바깥출입이 제한되면서 홈트족을 위한 운동기구도 인기를 끌고 있다. 가정용 운동기구는 아직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은 시장이다. 경안글로벌은 집안에서 안전하게 운동하기를 원하는 이들을 겨냥해 올해 알루미늄 소재의 초경량 워킹패드를 출시했다. 30㎏의 무게에 6㎝의 두께로 침대나 소파 밑에 수납하기도 편리하다. 경안글로벌 송환웅 차장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발생한 지난 3월부터 6개월 동안 매출이 110% 늘었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