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최종 무산됐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 체제로 경영 정상화에 나선다. 정부는 기간산업안정기금 2조4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하기로 했다.
금호산업은 11일 오후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에이치디씨현대산업개발이 최종시한까지도 결정을 내리지 않아 엠앤에이 계약은 최종 결렬됐다”고 밝혔다. 이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도 “인수 무산에 따른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위기 및 이로 인한 항공기 운항 차질 등 국가경제적 악영향을 최소화하고자 범정부 차원의 정상화 방안을 실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 추진방안을 논의했고, 기간산업안정기금도 이날 오후 산업은행에서 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지원 건을 의결했다.
채권단은 먼저 코로나19로 인해 항공업이 침체된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에 기간산업안정기금 2조4000억원을 지원해 영업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조처할 계획이다. 지원 내역은 인수계약 무산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상환의무가 발생하는 금융채무의 상환대비용 자금 2조1000억원과 유동성 부족 자금 3000억원이다. 지원 방식은 운영자금 대출 1조9200억원(80%)과 영구전환사채(CB) 인수 4800억원(20%)이다. 기금은 다만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이 유지되면 대출 규모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을 쇄신하기 위한 컨설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대주주 감자 여부와 채권단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문제는 향후 검토할 방침이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이날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추가 자구계획은 외부 컨설팅 결과에 따라 세가지로 나뉠 것 같은데 노선 조정이나 내부 원가 절감, 조직 개편 등을 상당기간 신중히 들여다봐야 한다”며 “기금이 지원되는 만큼 운항 상태나 임금 반납 상태를 볼 때 인력 (구조조정) 부분은 급한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존 주주 감자 여부는 향후 회사의 연말 재무상태나 인수합병 재추진 여부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할 일”이라며 “현 단계에서는 언급이 부적절하다”고 했다.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등 자회사와 골프장, 리조트 등 매각도 컨설팅에 맡겨 함께 고민하겠다고 했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와 경영 안정을 위한 다각적인 조처를 실행하면서, 여건이 조성되는 대로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재추진할 방침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오후 아시아나항공 본사를 방문해 회사 임직원들의 고통분담과 경영쇄신 등 정상화 노력을 당부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0년 산은 주도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은 뒤 경영 정상화 노력으로 2014년 자율협약을 졸업한 적이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두 번째)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왼쪽 세 번째)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홍남기 부총리 회의실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마친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이 결렬된 것에 대해 현산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최대현 부행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이번 거래를 마무리할 수 없다고 한 현산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채권단이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을 분담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장기간 재실사를 요구안을 고수하는 등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현산은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뒤 그해 12월 금호산업과 2조5000억원 규모의 인수계약을 맺었다. 최 부행장은 현산이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계약금 2500억원 반환 소송에 대해 “금호와 현산은 상대방 귀책에 따른 무산을 주장할 텐데, 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다투긴 하겠지만 여러 진행상황을 봐서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이완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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