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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전기차 판매 2036년 내연차 앞지른다”…변수는 저유가

등록 2020-09-03 04:59수정 2020-09-03 10:10

‘코로나·저유가’ 전기차, 향후 20년 ‘수요곡선’은?

아직 가속페달 못밟아 전세계자동차 0.7% 812만대
수요 완만, 기하급수적 증가 없어 올 상반기 15%↓
폭발 성장 분기점 온다…유럽·중국 쪽 급성장 예상
2040년 세계자동차의 31%…기술·친환경 ‘정책 추동’
저유가 저항력 이겨야…코로나 소득감소 구매력↓
“내연 중고차 구입가능성”…저유가도 구매지연 요인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른바 ‘포디즘’으로 불리는 20세기 대량생산·대량소비 시대를 연 획기적인 제품은 포드자동차의 대중차 ‘모델T’다. 1908년에 첫 출시된 모델T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1908년 1만607대를 시작으로 1912년 16만8304대, 1916년에는 무려 73만41대가 팔렸다. 1908년~1927년까지 생산대수는 1500만7000대에 이른다. 컨베이어벨트 조립생산라인이라는 생산방식 혁명 덕이 크겠지만 유효수요를 뒷바침하는 구매력과 줄기차게 떨어진 차량 가격도 배경이었다. 1908년 판매가격은 850달러였는데, 당시 미국인의 연평균소득은 600달러였다. 생산비용이 계속 줄어 차값은 1912년에 600달러로 떨어졌고 1916년 360달러, 1920년대 중반에는 290달러까지 내려갔다. 눈길을 글로벌 전기자동차로 돌려본다면? 향후 20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어떤 궤적을 보일까?

■ ‘모델T’ 같은 폭발 성장세, 아직은…

‘글로벌 코로나19 팬데믹과 저유가 지속이라는 특수 조건을 감안할 때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속도와 규모가 빠를 것인가?’ 기술과 정책 요인, 즉 △배터리 기술의 발전 △각국 정부의 막대한 구매보조금 △세계 주요 도시의 환경규제 정책은 전기차 보급 속도를 끌어올리는 가속페달이다. 반면에 다른 한쪽에는 저항 브레이크로 작동하는 ‘시장의 힘’이 있다. △코로나에 따른 글로벌 가계의 구매력 급감 △낮은 가격 수준을 오래 지속할 공산이 큰 국제 유가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분석업체들이 내놓는 분석도 결국 상충하는 두 가지 힘의 역학적 크기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갈린다.

2014년 이후 현재까지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을 보면 과거 모델T에 견줘 폭발적 양상은 훨씬 덜하다. 2020년 6월말 현재 전세계에 운행중인 글로벌 전기차(순수전기차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812만대가량이다. 지구상에 운행중인 자동차(승용차·12억대)의 0.7% 정도다. 글로벌 전기차시장 동향을 조사하는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이하 블룸버그)가 지난 5월19일에 내놓은 ‘전기차 전망 2020’ 보고서는 승용차 신차 판매량에서 전기차 비중을 2020년 2.7%, 2023년 7%(약 540만대), 2025년 10%, 2030년 28%, 2040년 58%로 전망한다. 전기차와 내연차를 합친 글로벌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최근 및 향후 2~3년간 연간 7500만~8500만대 수준을 기록했거나 예상된다.

지난 5년간의 과거 추세는 어땠을까?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글로벌 전기차 전망 2020’에 따르면, 전세계 전기차(순수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판매는 누적량 수치로 2014년 70만대, 2015년 124만대, 2016년 200만대, 2017년 314만대, 2018년 511만대, 2019년 717만대다. 1년간 팔린 대수는 대략 50만~200만대가량. 전기차 수요곡선에서 수직이나 기하급수적인 증가 모습은 아직 출현하지 않고 있다.

■ 2036년에 전기차가 앞서는 ‘특이점’ 온다

올해와 향후 20년은 어떨까? 글로벌 전기차 조사업체 ‘이브이(EV)세일즈닷컴’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순수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판매량은 총 95만76대로 전년 동기(111만7484대) 대비 15%(17만대) 가량 줄었다. 올 상반기 유럽 전기차 판매량(40만1231대)은 지난해 상반기(24만8620대)보다 크게 증가했으나, 중국 전기차 판매량(36만110대)은 같은 기간(63만2892대)보다 대폭 줄었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 충격으로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8% 감소한 170만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본다.

현대자동차 순수전기차 아이오닉
현대자동차 순수전기차 아이오닉

하지만 앞으론 폭발적 성장세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높다. 블룸버그 자료는 글로벌 전기차 연간 판매량을 2025년 850만대, 2030년 2600만대, 2040년 5400만대로 내다본다. 블룸버그는 신흥국들에선 전기차 보급이 늦어질 것이라 예상하면서도 “유럽·중국 중심으로 전기차 판매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 전망한다. 전기차 시장규모(누적판매량)가 2030년에 1억1600만대에 이르러, 이 시기의 전세계 승용차 운행대수(14억대 전망) 가운데 8%를 차지하고, 2040년이면 그 비중이 31%까지 높아질 것으로 본다.

블룸버그의 전망에서 신차 판매 기준으로 흥미로운 시점은 2036년이다. 이 해에 글로벌 승용차 신차 판매 점유율에서 전기차와 내연차가 50%씩 분점(1% 안팎으로 점쳐지는 수소차 제외)하게 되고, 이후엔 전기차가 내연차를 앞서가는 ‘특이점’이 나타날 거라고 예측한 셈이다.

쌍용자동차 첫 전기차 E100
쌍용자동차 첫 전기차 E100

전세계에서 전기차 수요를 이끌고 있는 정책·제도 및 기술적인 힘은 물론 크고 강력하다. 전세계 13개국 31개 도시·지역이 화석연료 자동차를 시장에서 단계적으로 축출하는 환경규제 정책을 펴고 있고, 독일·프랑스 등 유럽연합(EU) 중심으로 내년 말까지 전기차 보조금을 1대당 7천~9천유로까지 대폭 높일 예정이다. 전기차 값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은 2010년에서 2019년까지 10년 새 87% 낮아졌다. 블룸버그는 “2020년대 중반까지 전기차는 대다수 모델에서 구매지원 보조금 없이도 내연기관 차량과 ‘눈에 띄는 가격평형’을 이루게 될 것”이라 예상했다. 2022년까지 전세계적으로 500대(누적) 이상의 전기차 모델이 출시될 전망이다.

■ 국제 저유가는 ‘양날의 칼’

하지만 코로나 사태와 저유가 역시 가볍게 볼 ‘저항력’이 아니다.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최근 발표한 ‘글로벌 소비자행동 조사’(7월25일)를 보면 ‘지금 타고 있는 차를 기존 계획보다 더 오래 유지할 계획’이라는 응답이 한국·중국·일본·미국·프랑스·영국·독일에서 41%~61%로 나타났다. 코로나에 따른 실직 우려와 소득 감소로 신차 구매를 연기하겠다는 얘기다. 막대한 보조금이 지급되더라도 전세계 가계마다 비싼 전기차를 살 구매력은 극도로 취약해진 상태다.

테슬라 전기차 모델3
테슬라 전기차 모델3

코로나에 따른 사회적 거리 유지는 대중교통과 승차공유 서비스 이용을 줄이고 자동차 소유를 자극하는 유인으로 작용하는데, 이때 신차 구매·소유가 전기차보다는 내연기관 중고차로 몰릴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번 딜로이트 조사에서 프랑스·미국·영국·한국의 소비자 중 66%~76%가 ‘자동차 소유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딜로이트는 “이런 소비자 태도가 전기차 신차 구매로 이어지기보다는 가계 재정과 구매력 저하를 고려할 때 내연기관 중고차 구매로 눈을 돌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019년 기준 미국 신차의 평균 거래가격은 3만7308달러이고 중고차(3년 운행) 가격은 평균 2만2459달러로 “1만5천달러라는 상당한 차이를 감안할 때 자금난에 처한 소비자들에게 첫 구매 차량으로 (내연)중고차가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얘기다.

니콜라 수소트럭 니콜라원
니콜라 수소트럭 니콜라원

국제 유가도 중요한 변수다. 국제유가는 브렌트유 기준으로 지난 7월말 43.1달러(현물가격)다. 2016년 초(35달러대) 이래 가장 낮은 가격이고, 2018년 9월(82.7달러)에 견주면 절반 수준이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매킨지가 지난 7월 내놓은 ‘매킨지 전기차 인덱스’ 보고서는 “미국 전기차시장은 유가 변동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다. 낮은 유가는 내연차 소유비용을 현저히 낮춰 전기차 판매를 둔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에너지정보청 등 주요 기관들은 세계 석유수요가 2021년 4분기까지는 2019년 4분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 블룸버그는 “전기차 대체로 원유 가격이 낮아지면 내연차 유지비가 줄어들면서 전기차 구매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고 밝혔다. ‘양날의 칼’인 셈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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