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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공정위, TV조선의 ‘방정오 300억대 부당거래 의혹’ 조사 착수

등록 2020-08-04 15:27수정 2020-08-06 08:39

방정오씨가 최대주주인 드라마 외주제작사 하이그라운드
2년간 총매출의 90% 이상이 조선방송 일감
하이그라운드 총임직원 7명 불과 드라마 제작능력 의구심
시민단체 “통행세 거래 혐의”…조선방송 “합법적 거래” 반박
티브이조선 광화문 사옥 앞.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티브이조선 광화문 사옥 앞.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종합편성채널 <티브이(TV)조선>을 운영하는 조선방송이 방상훈 <조선일보> 대표이사의 둘째 아들 방정오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드라마 외주제작사에 수백억원대 일감을 부당하게 몰아줬다는 혐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4일 공정위에 따르면, 조선방송이 <조선일보> 사주 일가가 운영하는 기업과 부당거래를 했다는 신고와 관련해 공정위 기업집단국이 정식 사건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10일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공동대표 하승수)의 고발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조선방송이 방송프로그램 제작사 ‘하이그라운드’에 302억원 규모의 일감을 몰아주는 과정에 불법성이 있는지를 따져볼 예정이다.

하이그라운드 감사보고서와 세금도둑잡아라의 신고 내용을 보면, 조선방송은 2018년 3월부터 2년여간 외주제작한 전체 드라마 8편 가운데 ‘간택―여인들의 전쟁’ 등 6편에 하이그라운드를 공동제작사로 포함시켰다. 2018~2019년 2년간 하이그라운드가 조선방송을 통해 올린 매출은 300억원(2018년 110억원, 2019년 192억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 하이그라운드 전체 매출(313억원)의 거의 대부분이 조선방송 일감에서 나온 셈이다.

자료: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자료: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이 과정에서 하이그라운드가 드라마 제작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않았다면 공정거래법이 금지하고 있는 ‘통행세’를 받아간 게 된다. 하이그라운드는 방송프로그램 제작과 공급업을 주된 사업영역으로 하고 있으나, 전체 임직원 수가 7명에 그쳐 제작 능력에 의구심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6~8월 화이브라더스코리아는 <티브이조선>에 방송된 제작비 32억원 규모의 드라마 ‘조선생존기’를 제작하면서, 계약 자체를 조선방송이 아닌 하이그라운드와 맺었다. 하이그라운드가 32억원보다 더 많은 금액을 공급 대가로 조선방송에서 받고 동시에 하이그라운드가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을 경우엔 통행세 거래 혐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하이그라운드는 2014년 5월 ‘씨스토리’란 사명으로 설립된 이후 2018년 11월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지난해 말 현재 방정오씨와 유한회사인 ‘브릴리언트 고지 리미티드’가 각각 35.3%의 지분율로 공동 최대주주이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공인회계사)는 “관련 업계에는 하이그라운드가 드라마 제작 능력이 미흡해 실질적인 공동제작사 구실을 할 수 없는데도 조선방송으로부터 대부분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며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이자, 방송 공익성을 위해 <티브이조선>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때도 필수적으로 심사돼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조선방송 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티브이조선>과 제작사 하이그라운드와의 거래는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거래였다”고 반박했다.

한편 방정오씨는 하이그라운드 돈 19억원을 자신이 대표이사를 지냈던 영어유치원 ‘컵스빌리지’에 빌려준 뒤, 이를 떼인 돈으로 보는 대손충당금으로 처리해 세금도둑잡아라와 민생경제연구소(소장 안진걸) 등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업무상 배임 혐의로 지난 3일 고발된 바 있다.

홍석재 기자 문현숙 선임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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