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9kg 건조기 신제품.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지난달 말 새 건조기를 출시하면서 에너지 효율을 과장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업계에선 표시광고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삼성전자 쪽 설명을 들어보면, 이 회사의 새 건조기(9㎏) 제품에는 연간 에너지 비용이 2만7천원이라고 적힌 라벨이 붙을 예정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정한 건조기 에너지 효율 측정 및 산정 기준은 연간 에너지 비용을 산출할 때 160회 사용을 전제로 한다. 이를 염두에 두면, 이 건조기의 1회 사용에 들어가는 전기료는 약 168.7원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달 25일 배포한 언론 보도자료에 담은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 당시엔 이 제품의 회당 전기료를 88원이라고 밝혔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1회당 88원은 미국 에너지부(DOE) 기준에 따라 산출한 값이다. 기존 모델과 비교하기 위해 이 기준을 썼다”고 해명했다. 건조기에 에너지 효율 측정 국내 기준이 도입된 것은 지난 3월이다. 그 전에는 각 가전 업체들은 미국 에너지부 기준을 따와 에너지 효율 수준을 홍보해왔다.
‘과거 모델과의 비교’를 위해 옛 기준을 썼다는 설명은 다른 업체의 예를 염두에 두면 설득력이 커 보이지 않는다. 엘지전자는 삼성전자와 비슷한 시기에 새 건조기 출시를 알리며, 국내 새 기준을 토대로 산출한 에너지 효율 수준(연간 4만4천원·회당 계산시 275원)을 제시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유리한 옛 기준을 적용해 제품 성능을 과장했다는 뒷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미국 에너지부 기준을 준용하면서 해당 기준이 국내 기준에 견줘 실험 조건이 달라 에너지 효율이 더 좋게 측정된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디오이 방식에서의 실험 조건은 ‘얇은 실험용 부직포 5kg을 45% 정도의 습기가 남도록 탈수한 후 전기가 적게 드는 쾌속 코스로 건조한 기준’이다. 경쟁업체에선 삼성전자가 이런 사실을 제품 보도자료 등에 ‘역주석’(disclaimer)으로 담았어야 했다고 말한다.
조건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은 광고는 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해당 보도자료에 대한 기사가 얼마나 나왔고 소비자들이 얼마나 오인했는지 등의 효과를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보도자료를 삼성전자 뉴스룸 공식 누리집에도 여전히 올려 놓고 있다.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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