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하도급업체 TSS-GT 직원들이 공사대금 지급을 요구하며 선박을 점거하고 있다. TSS-GT제공
삼성중공업이 거제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1조5천억 원짜리 해양생산설비 시설에서 배관작업 등의 공사를 맡은 하도급업체가 25일 삼성중공업으로부터 공사대금 20억원을 받지 못했다며 선박을 점거하는 시설물 유치권 행사에 들어갔다.
삼성중공업 협력업체인 주식회사 티에스에스-지티(TSS-GT)의 말을 종합하면, 이 업체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삼성중공업의 발주를 받아 부유식 해양생산설비(FPU)의 케이블포설작업, 배관작업 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하도급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일을 시작했다. 이후 삼성중공업은 구두로 계약한 하도급 대금을 인정하지 않고 대금 감액을 요구했다고 한다. 업체 쪽은 “삼성중공업은 납기를 맞추기 위해 서둘러야 한다면서 하도급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일을 먼저 시켰다”며 “삼성중공업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점을 악용해 당초 구두로 계약한 하도급 대금을 인정할 수 없다거나 결재가 나지 않는다는 이유 등을 들어 터무니없는 대금 감액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업체가 주장하는 미지급 대금은 약 20억원이며 이로 인해 임금체불 상태인 노동자는 180명이다.
이날 티에스에스-지티가 공개한 삼성중공업의 내부문건을 보면 삼성중공업도 이 같은 행위가 하도급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의를 소집하는 내용의 내부문건을 보면 “사외업체인 TSS-GT사가 계약 없이 작업하고 있는 건들이 과다하여(업체주장 12.7억원) 이는 서면 미교부, 대금지급 지연 등 당사에 심각한 하도급법 리스크가 있는 상황”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계약서 미작성이나 대금 감액 등은 하도급업체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내부문건은 하도급업체에서 주장하는 게 이런 내용이니 회의에 참석해달라고 적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작업 과정에서 일부 추가 공사가 진행됐고 이 부분에 대한 공사대금은 검토를 거쳐 추가로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티에스에스-지티쪽은 “삼성중공업이 계약서 서면 미교부 불법행위를 은닉하기 위해 계약서의 날짜를 조작한 증거 등 삼성의 불법행위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며 “이런 증거들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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