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 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가가 운영하는 비영리법인이 보유한 삼성 계열사(상장기업) 주식의 가치가 1조7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시엑스오(CXO)연구소가 14일 발표한 ‘국내 30대 그룹 내 비영리법인 계열사 주식 보유 현황’을 보면, 이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서현 이사장이 운영하는 삼성복지재단 등 3곳의 비영리법인은 모두 6곳의 삼성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5월11일 종가 기준으로 모두 1조7556억원어치다. 이번 조사는 2019년 기준 자산 순위 상위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했으며, 비영리법인의 보유 주식 현황은 2019년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를 근거로 이뤄졌다.
삼성그룹 비영리법인 3곳이 주식을 보유한 계열사는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물산, 삼성에스디아이(SDI), 삼성증권 등 모두 6곳이다. 이 가운데 삼성문화재단은 삼성생명 4.68%(4380억원), 삼성화재 3.06%(2699억원) 외에 삼성물산, 삼성에스디아이 등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의 경우 삼성생명 2.18%(2040억원), 삼성물산 1.05%(2050억원)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30대 그룹의 비영리법인 가운데 51곳이 해당 그룹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그룹의 비영리법인이 보유한 그룹 계열사 전체 주식평가액은 모두 2622억원이다. 롯데장학재단이 보유한 롯데지주 주식가치(지분율 3.24%)는 1284억원으로 계열사 주식 가치 중 가장 컸다. 삼성과 롯데 외에 비영리법인이 보유한 주식평가액이 1000억원이 넘는 곳은 포스코의 학교법인 포항공과대학교(포항공대)로, 포항공대는 포스코 2.47%(3487억원), 포스코케미칼 4.14%(1287억원) 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일선 시엑스오연구소장은 “향후 경영 승계가 3~4세대로 넘어갈수록 상속세 등으로 인해 그룹 총수 일가의 주식 지분 지배력은 차츰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최근 삼성처럼 다른 그룹도 4세대 경영 포기 선언을 하는 경우가 속출할 경우 그룹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비영리법인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여러 대안 중 하나로 모색해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