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이 LG생활건강과 풀필먼트 계약을 맺고 이커머스 전문 풀필먼트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밝혔다. CJ대한통운 제공
국내 택배업계 1위 씨제이(CJ)대한통운이 풀필먼트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하면서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에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자체 물류망을 갖추고 있지 않은 이커머스 업체와 씨제이대한통운이 결합할 경우 더 빠른 배송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배송 속도를 놓고 업체간 전쟁 2라운드가 시작되는 셈이다.
씨제이대한통운은 엘지(LG)생활건강과의 계약을 시작으로 이커머스 전문 풀필먼트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20일 밝혔다. 풀필먼트는 소비자가 인터넷에서 상품을 주문해 배송받기까지 걸리는 모든 물류 과정을 물류업체가 대행하는 일괄 서비스다. 재고를 아예 택배사에서 보관하는 터라, 주문이 들어오면 택배사에서 바로 물건을 포장해 배송할 수 있다. 배송 시간이 크게 단축되는 셈이다. 한 예로 소비자가 엘지생건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씨제이대한통운이 자사 곤지암 메가허브 풀필먼트 센터에 보관한 물품을 꺼내 바로 배송하는 식이다. 씨제이대한통운은 “통상 인터넷 쇼핑몰에서 상품을 주문할 경우 다음날 받아보기 위해서는 오후 3시 정도까지는 주문해야 하는데,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해서는 자정께 주문해도 다음날 받아볼 수 있다”며 “업체는 주문을 더 오래 받을 수 있고, 소비자는 늦은 시간까지 여유 있게 인터넷 쇼핑을 할 수 있어 고객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씨제이대한통운이 이커머스 업체와 결합해 기존의 이커머스 판도를 흔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배송 능력’이 업계를 좌우해왔다. ‘로켓배송’으로 급성장한 쿠팡, 신선식품 새벽배송서비스인 ‘샛별배송’으로 몸집을 키운 마켓컬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모두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자체 물류망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급성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앞으로 자체 물류망이 없는 이커머스 업체가 풀필먼트 서비스와 결합해 배송 경쟁력 등을 높일 가능성이 커졌다. 한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물류에 투자하지 못했던 이커머스 업체들의 풀필먼트 서비스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씨제이대한통운은 “3개 층의 풀필먼트 센터를 갖추고 있어 입점업체의 대규모 할인행사에 따른 물량 급증에도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며 유통업체와 적극적인 제휴 체결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도 “쿠팡같이 초기 대규모 손실을 감수하지 않는 한 (다른 이커머스 업체는) 물류 아웃소싱이 절실해질 것이고, 택배사도 안정적인 물량확보가 필요하다”라며 물류사와 이커머스 업체와의 연합 가능성을 짚었다.
가격 중심의 경쟁구도에서 배송 중심, 업체 간 피비(PB·자체브랜드)상품 등으로 경쟁이 다각화될 거란 분석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발간한 택배산업 보고서에서 “이커머스와 택배시장 모두 저가경쟁이 치열하다는 한계에 부딪혀왔는데 풀필먼트를 통해 가격 이상의 서비스 차별화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그동안 (이커머스 업계 내에서) 차별화된 배송 서비스가 있었는데, 다른 이커머스 업체의 배송도 빨라지게 된다면 서비스나 피비상품 같은 요소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