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준법감시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이 지난1월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간담회를 열어 위원장 내정까지의 경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삼성그룹이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가 요구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과 요구를 담은 ‘권고안’ 답변 시한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준감위의 항의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준감위 내부에서는 ‘삼성이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지 못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은 지난 4월2일 준감위 4차 회의가 열리기 전 준감위쪽에 ‘공문’ 형식으로 권고안에 대한 답변 연장을 요청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답변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으로 답변 시한도 정하지 않은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이날 열린 4차 회의에서 일부 준감위원의 항의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준감위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위원회가 애초 날짜까지 특정해서 권고안을 낸 것은 그만큼 중요하고 심각한 사안이라는 것인데 이에 대해 문서 한장 덜렁 보내 연기를 요청하는 것은 형식상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회의에서 준감위는 ‘삼성의 책임있는 사람이 위원회에 직접 찾아와 연장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답변이 가능할지에 대해 보고하라’는 요청을 삼성쪽에 전했다. 이에 지난 7일 삼성전자 소속 준법감시인이 김지형 준감위원장을 찾아가 연장 이유를 설명하고 답변 시한을 한 달 연장해달라고 부탁했다. 준감위는 이튿날인 8일 나머지 위원들에게 답변 기한 연장에 대한 서면 의결을 받은 뒤 보도자료를 통해 “5월11일까지 회신 기한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준감위는 이 부회장과 삼성 앞으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벌어진 법 위반 행위에 대한 반성과 사과 △노동법규 위반에 대한 반성과 사과 및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준감위 활동과 이재용 부회장 재판 관련성 논란을 불식시킬 조처 마련 등의 요구를 담은 권고안을 보낸 바 있다. 애초 답변 시한은 4월10일까지였다.
답변을 연장하는 과정에 문제제기는 있었지만, 위원들은 대체로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국면으로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데는 공감했다고 한다. 한 준감위원은 “코로나19로 비상경영을 한다는 데 어떻게 연장을 반대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다른 준감위 관계자도 “사무국에서 알아본 결과 계열사별로 코로나19 대처에 바쁜 것은 사실이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답변 시한을 한 달 연장한 것을 두고 코로나19 외에도 4·15 총선 결과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임기 후반부로 접어든 정권에 어느 정도 힘이 실릴지 지켜본 뒤 답변의 수위를 조절하려 하지 않았겠냐는 해석이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