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의결권자문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을 맡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한진칼 주주총회에 상정될 조원태 사내이사 재선임안에 대해 찬성 의견을 냈다. 반면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이하 주주연합)의 추천 이사진에 대해서는 모두 불행사(기권)를 권고했다. 기업지배구조원은 지난해 대한항공 주총을 앞두고 당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이사 연임안에 대해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1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기업지배구조원은 최근 낸 의안분석 보고서에서 조 회장의 연임안을 비롯한 한진칼 쪽 추천 이사 후보에 대해 모두 찬성 의견을 냈다. 한진칼 이사회가 주주연합인 케이씨지아이(KCGI)의 지배구조 개선안 등을 수용했고, 항공업황이 나빠지면서 경영권 교체의 위험이 크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기업지배구조원은 “한진칼 이사회는 (케이씨지아이 등) 외부 주주가 요구하는 지배구조와 재무개선 의지를 보여주고, 이사회 결의를 통해 한진칼의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한 점이 인정된다”며 “항공산업의 업황이 심각한 수요 부진을 겪고 있어 경영권을 교체하는 결정이 기업가치 제고에 부합할지 의심된다”고 했다.
다만 조 회장에 대해서는 “기관투자자에 따라서는 조 후보가 일감 몰아주기 혐의에 연루되었다는 점과 대한항공의 경영 악화 당시 사내이사로 재직했다는 점에서 사내이사로서 책임감, 직무 충실성 등을 갖췄는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질 수 있으며, 그 경우 찬성 권고와 달리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주주연합이 제안한 이사 후보에 대해서는 모두 의결권 불행사를 권고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배구조 개선 의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기업지배구조원은 “조 전 부사장은 ‘땅콩 회항’의 당사자이고 반도건설은 주력업종이 건설사라는 점에서 한진그룹이 보유한 토지 등을 활용한 사업기회가 목적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케이씨지아이와 달리 둘은 연합을 구성하기 전에 한진칼의 지배구조와 자본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없다”고 했다. 주주연합이 전문경영인으로 추천한 김신배 사내이사 후보에 대해서는 “2013년 2월 이후 주로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등 사외이사 추천 후보보다 전문성이 낫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국민연금의 자문사가 조 회장에 대한 찬성 의견을 내면서 국민연금의 한진칼 지분 2.9% 향방이 조 회장 쪽으로 갈 가능성도 커졌다. 오는 25일 열릴 한진칼 주총에서는 조 회장을 비롯한 한진칼 쪽 이사 후보 7명, 주주연합 쪽 이사 후보 7명 각각에 대해 표결이 이뤄진다. 조 회장 쪽 지분은 33.45%, 주주연합은 31.98%로 1.47%포인트 차이가 난다. 한편 그 밖의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스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및 외국계 의결권 자문사인 아이에스에스(ISS) 등은 아직 보고서를 내지 않았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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