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감소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이 대규모 명예퇴직에 이어 일부 휴업 검토에 들어갔다. 노조 쪽은 “경영진이 위기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반발해 시행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10일 정연인 사장 명의로 노조에 ‘경영상 휴업’ 등의 내용을 담은 노사 협의 요청서를 전달했다고 11일 밝혔다. 정 사장은 이 요청서에서 “더이상 소극적 조치만으로는 한계에 도달했다. 결국 보다 실효적인 비상경영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정비 절감을 위한 긴급조치로 근로기준법 제46조 및 단체협약 제37조에 근거해 경영상 사유에 의한 휴업을 실시코자 한다”면서 “최근 3년간 지속된 수주물량 감소로 올해 창원공장 전체가 저부하인 상황이고 2021년에는 부하율이 심각한 수준까지 급감한 뒤 앞으로도 일정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됐던 원자력·석탄화력 프로젝트 취소로 약 10조원 규모 수주물량이 증발하며 경영위기가 가속화됐다”며 “영업활동만으로는 금융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이어 “설상가상 신용등급까지 하락하는 악순환이 계속돼 부채상환 압박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다”고 덧붙였다.
두산중공업은 구체적인 휴업 시기와 범위에 대해 노조와 협의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쪽은 공시를 통해 “‘일부 휴업'은 특정한 사업 부문에 대해 실시하는 것이 아니며 모든 조업에 지장이 없는 수준의 제한된 유휴인력에 대해서만 시행하는 것”이라며 “'일부 직원 대상 휴업'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회사 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일감이 줄고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아 일부 휴업을 검토하는 것이라 사업부별로 직원들의 불이익과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조합의 반발은 거세다. 일단 회사 쪽 휴업 협의 요청을 거부하기로 노조는 결정했다. 이성배 금속노조 두산중공업 지회장은 “경영위기는 오너(총수)와 경영진의 무능하고 방만한 경영으로 벌어진 일인데 직원들에게 고통과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휴업도 특정 연령층을 타깃(목표)으로 한 것이어서 대량해고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은 아니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와 경남지부는 오는 12일 경남도청 앞에서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의 휴업 검토 소식이 알려지자 유가증권시장에서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20% 이상 폭락한 35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2600여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으며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발전 사업 수주가 급감하면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최근 매출액은 2012년 고점 대비 반토막 났고, 영업이익은 17%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5년간 당기순손실은 1조원을 넘어섰다. 현금 유동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이 회사의 금융회사 차입금은 7조원(연결기준)에 이르며 이 중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대출금이 60%가 넘는다. 지난해 5월 신용평가기관인 한국신용평가는 이 회사의 신용등급을 ‘BBB+(하향검토)’에서 투기등급의 바로 위 단계인 ‘BBB(부정적)’로 떨어뜨린 바 있다.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 국산화와 풍력 등 사업 다각화와 함께 유급순환휴직, 계열사 전출, 부서 전환배치 등 자구 노력을 진행해왔다. 홍대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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