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인 김지형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가 지난 1월9일 서울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연말정산 자료를 통해 임직원의 진보성향 시민단체 후원여부를 파악한 삼성에 대해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했던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감시위)가 이번에는 삼성의 사과 행위에도 질책하고 나섰다. 제대로된 사과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감시위는 노조, 승계 등의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권고안을 삼성에 전달하기로 했다.
감시위는 5일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에서 3차 회의를 마친 뒤 보도자료를 내어 “삼성그룹의 노조, 승계, 시민사회와의 소통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하여 삼성그룹에 전향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권고안을 전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권고안은 일주일 안에 언론에 발표된다.
이날 감시위는 삼성의
‘임직원 사찰’ 논란과 관련해 삼성으로부터 경과 보고를 받은 뒤 ‘꼼수 사과’에 대해 질책했다고 한다. 김지형 감시위원장은 이날 회의 뒤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토를 달고 하는 사과가 무슨 사과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자꾸 방어적으로 생각하다보니 변명이 나오는 것이다. ‘변명하는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라고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다만 감시위는 삼성의 ‘임직원 사찰’에 대해서는 감시위 차원의 조사는 따로 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은 지난달 28일 진보성향 시민단체를 ‘불온단체’로 규정하고 임직원 연말정산의 기부금 공제 내역을 무단 열람해 단체 후원 여부를 파악한 데 대해
사과한 바 있다. 이 사과는 감시위의 요구로 이뤄졌다. 그러나 이날 삼성의 사과는 ‘불온단체’로 지목된 시민단체들로부터 ‘꼼수 사과’라는 비판을 받았다. 삼성이 사과와 함께 “과거 미전실에서 임의로 작성한 문건으로 회사는 해당 자료를 어떠한 목적으로도 일체 활용한 바 없다”고 강조했으나 이는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삼성 임원의 진술과는 배치된 내용이었다. 미전실 인사지원팀 노사 담당 김사필 상무는 검찰에 삼성 계열사들이 시민단체를 후원한 임직원을 면담하고 그룹에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감시위는 또한 “위원회의 독립적인 활동이 마치 재판결과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비쳐지는 상황에 대해서 우려를 공유했다”며 “위원회는 총수에 대한 형사재판의 진행 등 여하한 주변 상황을 의식하지 않고 위원회 본연의 사명과 임무에 충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감시위의 4차 회의는 다음달 2일에 열릴 예정이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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