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2019년 회계연도 기준 올해 개인 배당금 액수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이 회장이 올해 받게 될 삼성전자 등 4개 계열사의 배당금은 4747억원으로, 2009년 배당금액 1위에 오른 뒤 11년 연속 1위다. 삼성전자 등 이 회장 부자가 지분을 보유한 그룹 계열사 주가 오름폭이 크고 배당도 적극적으로 하는 데 힘입은 것이다.
기업평가사이트 시이오(CEO)스코어가 26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으로부터 총 4747억원의 배당금을 받게 돼 개인 배당금 순위 1위를,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 등으로부터 1426억원을 받게 돼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933억원의 정몽구 현대차 회장, 4위는 777억원의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었다. 5위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767억원)이었다. ‘탑5’에 삼성가 일가만 3명이 포함됐다. 조사 대상은 2355개 상장사 중 지난 21일까지 배당 계획을 내놓은 658개사다.
이후 순위는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649억원),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608억원), 구광모 엘지(LG) 회장(569억원),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545억원), 구본준 엘지그룹 고문(293억원)으로 이어졌다. 개인 배당액 상위 10명 가운데 지난해 대비 순위가 바뀐 인물은 10위 구본준 고문뿐이었다. 13위에서 10위로 올랐다. 지난해 공동 10위였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올해 각각 282억원의 배당을 받아 공동 11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이 회장이 삼성전자 등 4개 회사에서 받은 배당금은 2014년 1758억원에서 지난해와 올해 각각 474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다른 상장사에 견줘 삼성전자의 주가 오름폭이 큰 데다 배당 정책이 수년 사이 ‘주주친화’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보통주 1주당 1416원을 배당해 올해 배당성향은 44.24%였다. 이는 전년(21.92%) 대비 2배 늘어난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순이익은 2018년 대비 지난해 50.98% 감소했지만 보통주 1주당 배당액은 1416원을 유지했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보통주 2억4927만3200주를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10월 이사회에서 2018~2020년 매년 9조6000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당시 “주가가 2015년 초 대비 두배 이상 상승한 상황에서 주주환원 정책의 중심을 배당에 두는 것이 주주가치 제고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박주근 시이오스코어 대표는 “국민연금 등 기관들의 요구와 맞물려 삼성전자 등 기업들이 최근 주주친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개인 배당금 ‘톱10’의 순위는 수년간 변화가 크지 않고 삼성을 비롯해 특정 일가에서 상위권 다수를 유지하고 있다”고 짚으며 “역동성이 떨어지는 경제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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