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 손에 쥐어보니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온다. 모양은 정사각형이다. 폴더를 위로 열면 기존 스마트폰보다 조금 더 긴 형태의 화면(6.7인치)이 펼쳐지지만, 접은 상태에선 바지 주머니나 셔츠 앞주머니에 넣어도 무리 없을 정도로 앙증맞다. 삼성전자의 두번째 폴더블(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 ‘갤럭시 지(Z) 플립’이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 2020’ 행사에서 체험해 본 ‘갤럭시 Z플립’은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뒤 사용자들이 포기해온 휴대성과 디자인을 특히 강조한 제품이다. 지난해 2월 열린 언팩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삼성전자의 첫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가 ‘화면을 접는다’는 사실 자체를 강조하면서 다소 두껍고 큰 형태를 보인 것에서 한층 진화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남보다 튀고 싶어하는 분들을 위해 폴드 기술력을 스타일리시하게 구현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제품은 접힌 상태에서 커버 왼쪽 하단에 위치한 1.2인치 화면을 통해 날짜와 시간, 배터리 용량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전화가 왔을 때 화면을 열지 않고도 받을 수 있지만 이 경우 스피커폰으로만 대화가 가능하다. 접은 상태로 후면의 듀얼 카메라를 활용해 ‘셀카’를 고화질로 찍을 수도 있다. 다만 1.2인치 커버에 보이는 카메라 화면은 실제 화면의 일부분만 보여줘 아쉬웠다.

폴더는 한 손만 이용해도 쉽게 열 수 있다. 그러나 과거 ‘폴더폰’이 튕기듯 활짝 열렸던 것과 달리 갤럭시 Z플립은 손가락으로 끝까지 밀어야 화면이 평평하게 펼쳐진다. 이를 통해 원하는 각도로 폴더를 고정시킬 수 있었다. 90도 각도로 세운 뒤 사진을 찍거나 아래위 화면을 분할해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화면의 접히는 부분(힌지)은 완전히 펼쳤을 때 약간의 패인 자국이 남지만 화면을 활용하기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완전히 펼쳤을 때 길쭉한 화면은 영화관 스크린에 가까운 21.9:9 비율이 된다. 노치(스마트폰 화면 윗부분에 카메라와 수화기를 넣는 디자인) 없이 화면 전체를 활용해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갤럭시 Z플립은 최고급 사양을 갖추지는 못 했다. 이번에 함께 공개된 ‘갤럭시 에스(S)20’ 시리즈의 경우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구현했지만 이 제품에는 빠졌다. 카메라도 전면 카메라 1천만 화소, 후면 카메라 1200만 화소에 그쳐 ‘갤럭시 S20’과 ‘갤럭시 S20+’에 각각 6400만 화소의 망원 카메라가 탑재된 것과 대조적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5G 기능을 갖추게 되면 제품의 크기가 커지거나 배터리 용량이 저하된다”며 “스펙보다는 디자인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갤럭시 Z플립은 오는 14일부터 전 세계 시장에 순차적으로 출시되며 가격은 165만원이다. 한국에는 미러 블랙, 미러 퍼플 2가지 색상으로 출시된다.

샌프란시스코/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