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한진그룹 제공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한진칼 2대 주주인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KCGI) 및 4대 주주 반도건설과 손잡았다. 셋의 지분을 합치면 32.06%다. 한진칼 이사 연임을 위해 주총 출석주주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입지가 위태로워졌다.
케이씨지아이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조 전 부사장, 반도건설과 주식 공동보유계약을 체결했다고 31일 공시했다. 주식 공동보유란 계약 등에 따라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합의하는 것을 뜻한다. 이로써 조 전 부사장 쪽은 조 전 부사장(6.49%)의 지분과 케이씨지아이의 기존 지분(17.29%), 반도건설(8.28%)의 지분이 더해져 32.06%가 됐다.
이날 케이씨지아이와 조 전 부사장, 반도건설은 공동입장문을 내어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고 전문경영인을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의 경영 상황이 심각한 위기상황이며 그것은 현재 경영진에 의해 개선될 수 없고, 전문경영인제도 도입 등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며 “전문경영인 도입을 통한 한진그룹 개선에 조 전 부사장도 많은 고민 끝에 전적으로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저희 세 주주는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고 전문경영인에 의한 혁신적 경영이 이뤄지게 노력하겠다”며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해 일반주주의 이익을 증진하겠다”고 했다.
이들 세 주주가 손을 잡으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은 더욱 위태로워졌다. 조 회장은 오는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안 상정을 앞두고 있다. 이사에 연임되려면 정관상 출석주주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이번 ‘합종연횡’으로 과반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불확실해졌다. 조 전 부사장이 이탈하기 전 총수일가 및 특수관계인의 한진칼 지분은 28.94%였는데, 이번 합의로 조 전 부사장이 총수일가 및 특수관계인 지분에서 이탈하면서 6.52%를 가진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지분은 22.45%로 줄었다. 조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10%)과 카카오(1%) 지분을 합치면 33.45%로 조 전 부사장 쪽의 지분과 1.39%포인트 앞서지만, 3남매의 어머니 이명희 정석재단 고문의 지분 5.31%와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6.47% 지분이 두 사람 중 어느 쪽에 서느냐에 따라 판세가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따라 3월 주총까지 경영권을 사수하려는 조 회장과 이에 반대하는 조 전 부사장의 지분경쟁 다툼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과 함께 이석우 한진칼 사외이사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터라, 케이씨지아이 연합이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케이씨지아이는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한 주주제안을 했으나 주식 보유기간 미달로 안건 상정에 실패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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