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한진그룹 제공
한진가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이자 한진그룹을 이끌고 있는 조원태 회장을 공개 비판하면서, 내년 3월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주주총회가 남매 간 경영권 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주 간 합종연횡이 이뤄지며 ‘표 대결’이 치러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23일 조 전 부사장의 공개 비판으로 당장 조 회장의 한진칼 대표이사 연임부터 불투명해졌다. 조 회장 ‘우호 지분’으로 분류된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 이사 연임에 반대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내년 3월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애초 조 회장 연임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분류된 우호 지분은, 총수 일가 등 특수관계인 지분(28.95%)과 대한항공과 협력 중인 델타항공(10%) 지분 등을 합해 최소 4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돼왔다. 한진칼 정관상 이사 선임은 참석 주주 50% 이상 찬성만 있으면 통과되는 터라, 조 회장과 대립 중인 2대 주주 케이씨지아이(KCGI·17.29%)가 표(의결권) 대결에 나서더라도 조 회장 쪽이 우세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었다.
그러나 가족인 조 전 부사장이 다른 주주와 손잡을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조 회장도 안심할 형편이 아니다.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의 지분(6.49%)에 다른 주주의 지분을 끌어모아 조 회장(6.52%)과 맞설 수 있다. 조 전 부사장이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재단 고문(5.31%)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을 포섭하거나, 2대 주주 케이씨지아이나 4대 주주 반도(6.28%)와 손잡으면 외려 조 회장이 표 대결에서 밀린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남매 간 지분 확보 경쟁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조 전 부사장 쪽이 반도와 접촉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한편 가족 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불거지자 이날 한진칼 주가는 전일(3만8350원) 대비 20% 급등한 4만6200원에 장 마감했다. 한진칼 우선주는 거래제한폭(29.93%)까지 뛰어올라 4만7100원에 장을 마쳤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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