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일가 내 갈등과 사모펀드와의 경영권 분쟁을 겪어온 대한항공이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를 뼈대로 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다.
대한항공은 7일 이사회를 열어 ‘기업지배구조 헌장’(이하 헌장)을 제정한 뒤 이 내용을 공시했다. 헌장을 보면, 주주의 권리와 이사회의 의무와 책임, 감사 기구의 운영, 이해관계자의 권리 보호 등 기업지배구조 관련 내용을 두루 짚고 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한 내용이다. 이 위원회 위원장 자격 요건을 현행 ‘대표이사’에서 ‘위원회 선출’로 바꾼 게 핵심이다. 이에 이날 이사회 결의에 따라 위원장은 우기홍 대표이사(사장)에서 정진수 사외이사로 바뀌었다. 현재 이 위원회는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3명(정진수, 박남규, 임채민)으로 구성돼 있다.
보상위원회를 신설한 것도 주목된다.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보상위원회에서는 이사의 보수 결정 과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검토하는 역할을 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업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 수준과 보수 책정 과정의 불투명성에 대한 불만 여론이 들끓으면서 삼성전자나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 상당수는 이미 보상위원회나 이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특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터라 대한항공의 이번 결정은 다소 뒤늦은 감이 있다.
이러한 지배구조 개편은 경영의 투명성을 높여 기업 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은 특정 기업에 투자 결정을 할 때 살펴보는 항목 중 하나가 기업의 지배구조다. 다만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들은 제도 개편에 이어 실질적 운영도 ‘사외이사의 독립 강화’란 취지에 맞게 이뤄져야 의미가 있다고 본다. 형식이라는 외피가 부적절한 운용을 가리는 방패막이가 되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한 예로 케이비(KB)·하나금융 등 국내 주요 금융그룹은 사외이사의 독립과 이사회의 투명한 운용을 위한 제도적 환경을 일찌감치 갖추었지만 그룹 회장과 사외이사 간의 결탁이나 과도한 사외이사의 권한 강화에 따른 ‘사외이사의 권력화’ 현상이 나타나는 등 지배구조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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