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아시아나항공 샌프란시스코공항 착륙사고 3일 뒤,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사고 여객기 잔해를 지나 이륙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아시아나항공이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을 6개월 안에 45일간 중단하게 됐다. 2013년 아시아나항공의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착륙사고 관련, 아시아나항공이 국토교통부의 ‘노선 45일 운항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1, 2심에 이어 국토부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항공 업황이 좋지 않은 시기에 아시아나항공이 또 하나의 악재를 맞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아시아나항공이 국토부 장관을 상대로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 45일 운항중단’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운항정지 처분 취소소송에서 국토부의 처분 사유를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대법원은 “아시아나항공은 이 사건 비행과 관련해 상당한 주의를 게을리했고, 소속 항공종사자들에 대해 항공기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충분한 교육·훈련 등을 실시하지 않았으며, 위와 같은 아시아나항공의 조종사들에 대한 선임·감독상 주의의무 위반이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주된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앞서 1심과 2심도 아시아나항공의 책임을 인정해 국토부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아시아나항공에는 손실이 불가피하다. 샌프란시스코 노선은 대표적인 ‘알짜 노선’으로, 아시아나항공은 매일 이 노선에 비행기를 띄우고 있으며 탑승률은 약 8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은 2014년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낼 때 “운항을 멈추면 매출 162억원이 줄고 손실 57억원이 생긴다”고 했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익이 ?351억원임을 고려하면, 전체 영업손실의 16.2%에 해당하는 액수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도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서부 도시 중 수요가 꾸준한 곳으로 수익률이 높은 노선”이라고 말했다. 무형적 손실도 적지 않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경영학부)는 “정기노선에서 45일의 영업정지 의미는 작지 않다. 항공권 판매가 수개월 전부터 시작되는 데다 한달 반 이상 항공기를 띄우지 못하면 여러 가지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항공 업황이 전반적으로 안 좋은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수년 전에 발생한 일이고 매수자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매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5~6년 전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매각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도 “아예 영향을 안 미친다고 볼 순 없지만, 항공산업이 전반적으로 수요가 줄면서 실적이 무너지는 상황이라 이번 판결이 매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3년 7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OZ214)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착륙하려다 활주로 앞 방파제에 부딪혀 탑승자 307명 중 3명이 숨지고 187명이 다치는 사고를 냈다. 사고 발생 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사고 주원인이 조종사의 과실이라고 판단했으며, 국토부도 조종사의 중대한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2014년 11월 아시아나항공에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 45일 운항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이 불복소송과 함께 ‘판결 전까지 운항을 계속하게 해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현재까지 해당 노선 운항을 계속해왔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으로 아시아나항공은 6개월 이내에 운항정지 개시일을 정하고 45일간 운항정지를 시행해야 한다. 판결이 나온 뒤 국토부는 “아시아나항공의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 항공기 운항정지를 2020년 2월29일 이전에 시행할 예정”이라며 “수송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 노선을 예약한 승객들을 다른 항공사 운항편으로 대체 수송하는 방안을 마련한 뒤 운항정지 개시 일자를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고객의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의하겠다”며 “기재 도입, 교육훈련 투자 등 안전 운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앞으로도 안전 운항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민정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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