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취재진이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상속·승계를 둘러싼 가족간 갈등을 인정했다. 3일 조 회장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를 마친 뒤 첫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조 회장은 상속·승계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곤란하다”고 답했다. 그는 ‘가족 간 갈등이 사실인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가족들과도 많은 협의를 하고 있고, 합의가 완료됐다고 말씀은 못 드리지만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며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가 어려운데, 이해해 주시고 결과를 지켜봐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조현아·현민씨와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의 경영권 갈등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조 회장은 2천억원대로 추정되는 상속세 재원 마련과 관련한 질문도 받았으나 “제가 이런 언급을 하면 주가에 반영되어서 곤란하다”고만 말했다.
그는 한진칼 2대 주주인 케이씨지아이(KCGI)에 대해서는 “주주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케이씨지아이는 지난달 28일 한진칼 보유 지분을 15.98%까지 확대해, 최대주주인 조양호 전 회장(17.84%)과 지분 격차가 2%포인트도 채 되지 않는다. 조 회장의 지분은 2.34%다. 조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저 개인적으로나 회사로나 비공식적으로 (케이씨지아이 쪽을) 만난 게 없다”며 “(케이씨지아이로부터) 연락이 와도 그냥 주주로서 만나는 거지, 그 이상은 아니다”라며 케이씨지아이에 대한 ‘백기사 요청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날 조 회장은 통역이 배석한 가운데 단독으로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다. 그는 “아직도 주변에서 회장으로 부르면 어색하고, 옆에 아버님이 계시는 것 같다. 선대 조양호 회장과 창업주 조중훈 회장의 경영 철학인 ‘수송보국’을 받들어 사업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간담회 종료 후 질문을 채 하지 못한 기자들이 차로 향하는 조 회장을 향해 ‘가족들이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는지’, ‘조양호 전 회장이 서면으로 유언장을 남겼는지’ 등을 물었으나, 조 회장은 답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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