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전방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조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연임 반대’ 의견을 제시한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사 아이에스에스(ISS)에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찬반을 밝히는 건 통상적이지 않다”며 격하게 반응했고, 한진칼 2대 주주(12.01%)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KCGI)와는 소송전을 벌이며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아이에스에스는 최근 회원사들에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 회장 이사 연임안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조 회장이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것과 관련해, 아이에스에스는 “조 회장의 자질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에스에스의 권고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의결권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국내 의결권자문인사 서스틴베스트도 지난 15일 “(조 회장이) 사익을 위해 회사에 비용을 전가했다”며 조 회장의 연임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한항공은 17일 “조 회장의 재판은 현재 진행 중으로, 확정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찬성·반대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 게 의결권 자문기관의 통상적인 관례”라며 “아이에스에스는 대한항공 발전과 주주가치 증대에 기여하고 있는 조 회장의 역할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연임 여부는 현재까지 불확실해, 대한항공으로선 ‘1주’가 중요한 상황이다. 오는 27일 열릴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 회장이 연임하기 위해선 주총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대한항공 지분은 33.35%다. 하지만 2대 주주인 국민연금(11.70%)은 조 회장 연임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크고, 참여연대·민변 등 시민사회단체도 조 회장 연임 반대를 위해 의결권을 모으고 있다.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의 경영권을 둘러싼 케이씨지아이와의 공방도 격화되고 있다. 케이씨지아이는 지난달 ‘회사와 독립적인 감사 1인, 사외이사 2인을 선임하라’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하고 의안상정 가처분 1심에서 승소했으나, 한진칼이 즉각 항고해 2심이 진행 중이다.
한진칼은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어 ‘법원의 판단이 나오지 않은 만큼, 케이씨지아이가 의안상정 가처분에서 승소할 경우에 한해서 주주제안을 주총 안건으로 올리겠다’고 결정한 상태다. 이에 케이씨지아이는 지난 15일 “주주제안을 봉쇄하기 위한 비정상적 행태”라고 비판했고, 한진칼은 17일 “소송과 여론전을 펼치기보다 대화와 협상으로 제안이 받아들여지도록 하라”고 응수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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