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이 오는 29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2대 주주(12.01%)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KCGI) 쪽 주주제안을 ‘조건부’로 안건 상정하기로 결정하자, KCGI는 “비정상적 행태”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주총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며 본격 신경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KCGI는 15일 입장문을 내고 “한진칼 경영진은 2대 주주의 건전한 주주제안마저 봉쇄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전날 한진칼이 주총 일정과 안건을 공시하면서 ‘KCGI의 주주제안은 법원에서 그 적법성을 인정받는 경우에 한해 안건으로 상정하겠다’고 밝히자 이에 반발한 것이다.
KCGI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달 김칠규 이촌 회계법인 회계사를 감사로, 조재호 서울대학교 교수와 김영민 변호사 등 2명을 사외이사로 각각 선임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했다. 한진칼이 이를 거부하자 KCGI는 법원에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을 내 승소했지만, 한진칼의 항고로 법원의 두 번째 판단을 기다리는 상태다.
KCGI는 “주주제안권은 회사의 발전방향에 관하여 주주들의 총의를 모으는 주주총회에서 건전한 논의가 촉진되도록 법이 보장한 주주의 권리”라며 주주제안 조건부 상정은 ‘전례 없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진칼이 석태수 현 대표이사를 사내이사 후보 재선임, 주인기 세계회계사연맹 이사,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전 금융연구원장), 주순식 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등 3명 사내이사 선임 등 안건을 상정한 데 대해서는 “기업가치를 저해하고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다른 주주들을 희생시키는 행태로서 지속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던 사항”이라고 했다.
KCGI는 한진칼이 전자투표제 도입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또 단기차입금을 늘리기로 한 배경을 짚기 위한 지난해 12월5일자 이사회 의사록 제공도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한진칼은 단기차입금 1650억원을 늘리기로 결의했는데, 조양호 회장 등 총수일가가 감사위원회를 구성해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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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는 “대주주와 그 이해관계에 반하는 의견을 낼 수 있는 자에게는 단지 안건을 ‘제안’하는 것조차 인정할 수 없고, 전근대적 방식의 경영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기존 경영진의 의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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