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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대한항공 인적투자 소홀…항공기당 승무원 줄어 안전 문제”

등록 2019-03-04 20:18수정 2019-03-04 20:39

의결권자문기관 서스틴베스트
기관투자자들에 보고서 배포

“1인당 인적자본투자
싱가포르항공의 절반도 안돼
최고경영자 기본 급여는
싱가포르·델타 항공의 2∼3배
항공기당 승무원은 줄어 안전문제”

창립50돌 기념식 조양호 회장 불참
대한항공 창립 50주년 행사가 4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격납고에서 개최됐다.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 창립 50주년 행사가 4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격납고에서 개최됐다. 대한항공 제공
창립 50주년을 맞은 대한항공이 4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본사 격납고에서 임직원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을 했다. 총수일가의 갑질 논란 속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주주행동주의 펀드와 국민연금의 경영개선 요구 속에 대한항공은 지금까지 걸어온 50년을 축하하기보다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에 대한 고민이 더 커진 상태다.

이날 의결권자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는 전세계 항공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 있는 대한항공이 인적자본투자와 생산성 수준이 국외 주요 항공사와 비교해 상당히 낮다는 보고서를 냈다. 서스틴베스트는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2대주주 케이씨지아이(KCGI·강성부펀드), 항공산업 전문가 등과 인터뷰를 통해 ‘한진그룹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작성한 뒤 기관투자자들에게 배포했다.

서스틴베스트는 보고서에서 노동자에게 적절한 자원 배분과 항공기 안전을 위한 경영, 독립적인 사외이사 구성 등이 필요하다고 대한항공에 제안했다. 보고서는 2013년 한진그룹이 지주체제로 전환된 뒤 대한항공이 계열사에 대한 많은 지원 부담을 지게 된 반면, 노동자와 조종사 등 내부적인 투자는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견제했어야 할 전현직 사외이사진도 조양호 회장과 학연이 있거나 특수관계에 있는 법무법인 소속 인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돼 독립성 측면에서 매우 취약했다고 짚었다.

보고서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대한항공 노동자의 인적자본 생산성이 경쟁 항공사에 견줘 상당히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서스틴베스트는 일본항공(JAL), 싱가포르항공, 델타항공과 대한항공의 인적자본투자와 생산성을 비교했다. 5년 평균 1인당 인적자본투자(평균 연간급여, 퇴직급여, 성과급)를 보면, 싱가포르항공이 1억490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일본항공(1억2600만원), 델타항공(8200만원) 순이었다. 대한항공은 6400만원으로 싱가포르항공의 절반 수준도 안 됐다. 5년 평균 1인당 인적자본 생산성 수준(노동자 1명의 수입 기여 수준)도 대한항공은 7300만원으로, 다른 항공사들(1억3300만∼1억6800만원)에 크게 못 미쳤다. 반면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의 기본 급여액 수준은 싱가포르항공과 델타항공에 견줘 2∼3배 높았다. 싱가포르항공의 최고경영자는 약 15억3000만원, 델타항공의 최고경영자는 약 9억원을 받았지만 조양호 회장은 27억원(2017년 기준)을 수령했다.

보고서는 소비자 안전 문제도 지적했다. 대한항공의 항공기 1대당 운항승무원 수는 2010년 19.9명에서 2017년 17.1명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매출규모 및 운항노선이 유사한 싱가포르항공과 캐세이퍼시픽·드래곤은 각각 19.3명, 20.1명으로 대한항공에 견줘 많은 편이었다. 조종사 업무 과중은 안전과 연결된다.

한편 이날 한진칼은 2대 주주 케이씨지아이가 낸 주주제안을 주주총회에서 논의하라는 취지의 법원 결정에 불복해 항고장을 냈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케이씨지아이 쪽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가 제기한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을 지난달 28일 받아들였다. 케이씨지아이는 한진칼에 경영진과 독립적인 감사 1인과 사외이사 2인을 선임하라는 주주제안을 냈지만 한진칼은 주총 상정 자체를 거부한 바 있다.

경제개혁연대도 이날 논평을 내어 “케이씨지아이의 주주제안 직후 한진칼 이사회는 주주중심 정책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실제로는 소수주주의 주주권 행사를 원천봉쇄하고 있는 셈”이라며 “주주중심경영 선언이 기업 스스로 주주들의 참여를 경계하고 적대시하는 폐쇄적 경영문화를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완 신민정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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