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한진그룹 계열사들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양호 회장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국내 독립계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KCGI)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사외이사 등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조 회장 쪽에 공개 제안을 했다. 대주주인 국민연금도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탈법적 경영을 견제하기 위해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조 회장이 공개 제안을 받아들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2대 주주(10.81%)인 케이씨지아이는 21일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케이씨지아이는 이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제고, 고객 만족도 개선 및 사회적 신뢰 제고 등 3가지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 케이씨지아이는 “시장에서 한진그룹 회사들의 주식이 저평가 되고 있는 이유는 대주주 일가의 각종 갑질 행태와 횡령·배임 등으로 대표되는 후진적인 기업지배구조, 합리성을 상실한 계열회사 지원에 따른 과도한 부채비율, 불필요한 유휴자산의 보유와 방만한 경영 등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먼저 케이씨지아이는 지배구조 개선 및 책임경영체제를 위해 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경영진이 추천한 사내이사 1명, 일반주주 의견을 수렴해 케이씨지아이가 추천한 사외이사 2명 및 외부 전문가 3명 등 모두 6명으로 구성한 지배구조위원회를 설치해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현안에 대한 사전검토 및 심의를 담당하도록 했다.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임원추천위원회,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 설치도 제안에 들어갔다. 위원회가 구성되면 재벌 총수일가가 힘을 갖는 핵심 수단인 임원 선임권과 보수 결정에 대한 견제를 할 수 있다.
또 적자를 내고 있는 칼호텔네트워크와 개발이 중단된 서울 중구 송현동 호텔부지 등 호텔 사업에 대한 투자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했다. ‘한진 임직원 자존감 회복 프로그램’ 도입도 제안했다.
케이씨지아이는 “비공개로 이런 방안을 전달했지만 조 회장 쪽과 경영진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양쪽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주주와 임직원, 국민 여러분의 동의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경영참여 등 자세한 계획을 내놓지 않았던 케이씨지아이가 이날 12쪽에 이르는 계획을 공개한 것은 조 회장 쪽과 더 이상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케이씨지아이는 다른 한진그룹 계열사 주주의 동참을 호소하기 위해 ‘밸류 한진’이라는 누리집도 열었다.
한진그룹은 케이씨지아이의 공개제안에 대해 “당장 답변을 내놓긴 어렵다”고 밝혔다. 한진칼 관계자는 “오늘 제안서는 케이씨아이지와 비공식적으로 접촉했을 때 제안받은 내용을 종합한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공식답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지난해 말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출국해 현지에 체류 중이다.
이완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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