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대한항공 등에 대해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지배력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특히 조 회장이 3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직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16일 대한항공 정관을 보면, 대한항공은 신규 이사가 주주총회에서 선임되려면 출석 주주의 의결권 지분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이사 선임은 과반 찬성이 필요한 보통 결의사안으로, 이사 해임은 3분의 2 찬성이 필요한 특별 결의사안으로 규정하는 것과 다르다. 현재 대한항공 지분은 한진칼과 조 회장 일가 등 특수관계인이 33.35%, 국민연금이 11.70%, 기타 주주가 54.95%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사주 2.14%를 제외하면 기타주주는 외국인 주주와 기관투자자·소액주주가 약 1 대 2 비율로 구성돼 있다. 국민연금이 조 회장 재선임에 반대할 경우 연임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이달 말 판가름 날 예정이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는 다음주 회의를 열어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내용·범위를 검토해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하고, 기금운용위는 1월31일 회의에서 최종 결정한다. 상법상 주주제안이 주총일로부터 6주 전까지 이뤄져야 하는 점을 고려한 일정이다. 이찬진 기금위원(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국민연금은) 조 회장의 이사 연임에 반대하는 의결권 행사를 하거나 조 회장 일가 중 일부 임원의 명백한 책임이 밝혀질 경우 해임안까지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한진칼 3월 주총에서는 임기가 끝나는 석태수 대표이사 사장, 조현덕 사외이사, 김종준 사외이사, 윤종호 감사가 조 회장 일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교체’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진칼 주총에서는 10.81%를 가진 행동주의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KCGI)와 7.34%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연합해 28.93%의 조 회장 일가와 표 대결을 벌일 수 있다. 한진칼은 신규 이사 선임 시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케이씨지아이는 최근 조 회장 쪽에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상향을 위한 방안을 전달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만족할 만한 답변이 오지 않을 경우 2월 초 국민연금과 함께 이사 선임 제안 등의 주주제안을 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씨지아이는 다음주 초 한진칼과 ㈜한진(8.03%) 지분 취득 배경 및 중장기 활동 방향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하얀 신민정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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