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공단이 4일 ”앞으로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국외에서는 영국계 에이치에스비시(HSBC)와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등 금융기관이 석탄발전소 사업에 대한 투자를 전면 또는 일부 배제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지만, 국내 연기금이 ‘탈석탄 투자’ 선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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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석탄 발전은 기후 변화와 미세먼지의 주요 요인”이라며 “앞으로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파이낸싱과 관련 회사채 등을 통한 금융투자 및 지원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또 “재생에너지 신규 투자와 기존 투자를 확대하는 등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과 지속가능한 투자를 위한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들의 ‘투자 배제’ 대상에는 국내뿐 아니라 국외 석탄발전소도 포함된다. 국내에선 에너지전환 정책 추진에 따라 석탄발전소의 미래 시장 전망이 전보다 어두워졌다. 그러나 여전히 동남아시아 등에선 빠른 속도로 석탄발전소가 늘고 있고, 국내 금융기관들의 투자도 몰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은 특수목적법인을 통한 국외 발전사업 참여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두 기금은 이번 탈석탄 결정이 환경·윤리적 측면만 고려한 것이 아니라 경제적 측면도 살핀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중흔 사학연금 이사장과 정남준 공무원연금 이사장은 이날 발표한 선언문에서 “전세계가 탈석탄 재생에너지로의 거대한 에너지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며 “석탄발전소에 대한 투자는 안정적이라는 것은 단기적으로만 유효한 경제적 믿음이다. (석탄발전이) 좌초 자산이 될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책임투자’로 평가되는 탈석탄 금융투자 선언이 ‘큰 손’인 국민연금과 산업은행 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단법인 기후솔루션(SFOC)이 2000년대 후반 이후 추진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에 대한 국내 공적 기금과 금융기관들의 금융지원 제공 내역(총 9.4조원)을 조사한 결과, 농협금융지주 계열회사(3.9조원), 국민연금(2.6조원), 산업은행(1.9조원) 순서로 많았다. 국외 사업의 경우 수출입은행(5조원), 무역보험공사(4조)가 대부분의 금융을 제공했다. 이번 탈석탄 투자 선언의 장을 마련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의 이종오 사무국장은 “국민연금 등 다른 공적 기금과 금융기관에도 석탄발전에 대한 투자 의향을 계속해서 물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로 한 만큼 앞으로 구성될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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