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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한화 총수일가 이사등재율 최하위 기록, 왜?

등록 2018-08-21 15:53수정 2018-08-21 17:09

대신지배구조연구소, 한화그룹 지배구조 보고서
김승연 회장 등 유죄판결로 등기임원 물러나
“권리만 행사하고 책임 안지는 게 바람직한가”
“아들 김동관 전무라도 이사 등재 돼야” 지적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해 한화 큐셀 치동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한화 제공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해 한화 큐셀 치동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한화 제공
한화그룹 총수 일가의 ‘책임경영지수’가 낮은 이유는?’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21일 ‘한화그룹 지배구조 보고서’를 내고, 한화 총수일가의 계열사 이사등재율이 1.3%로 주요 20대 그룹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라고 밝혔다. 총수일가의 계열사 이사등재율은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는 총수 일가가 권한 뿐만 아니라 법적 책임을 지는 등기임원(이사)을 맡고 있는지 여부를 보는 일종의 ‘책임경영지수’로 볼 수 있다. 국내 10대 재벌 총수일가의 이사등재율은 12.3%에 불과하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한화그룹의 이사등재율은 극히 낮은 수준으로 지배주주의 책임경영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사등재율이 낮은 사정은 한화그룹 총수일가의 이른바 ‘흑역사’와 관련이 있다. 현재 이사를 맡을 수 있는 한화그룹 총수일가는 김승연 회장과 특수관계인(배우자/혈족1촌)인 김 회장의 부인 서영민씨,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삼남 김동선씨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 2012년 8월16일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떠넘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그뒤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형이 확정되자 2014년 2월 ㈜한화·한화케미칼 등 7개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났다. 이후 2014년 12월 경영에 복귀해 한화그룹 회장을 맡고 있지만, 계열사 대표이사로 돌아오진 못했다. 계열사에 큰 피해를 끼친 상황에서 다시 돌아가긴 쉽지 않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계열사 이사등재율을 높이기 위해 김승연 회장이 다시 계열사 이사를 맡으라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안 본부장은 “예전 이력이 있으니 이사회에 참여하면 안된다고 하는 것과 지분만큼 (경영권) 행사를 할텐데 책임은 지지 않고 권리만 행사하는 게 나은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김승연 회장이 아니라면 김동관 전무라도 이사로 등재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들들 역시 김동관 전무를 제외하고는 폭력 사건 등 크고 작은 사건에 휘말린 바 있어, 책임지는 자리를 맡기가 어렵다.

이창민 교수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정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경영을 실질적으로 하고 있는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문제가 된 아들은 경영에서 배제하는 등 승계문제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했다.

또 보고서는 한화그룹 상장기업 8곳 가운데 5곳에 겸직하는 사내이사가 있으며, 모두 23명의 사내이사 가운데 8명의 사내이사가 겸직하는 등 겸직 비율도 다소 높다고 지적했다. 안상희 본부장은 “사외이사의 독립성 측면을 보면 과거 계열사에서 재직한 임원이 사외이사 혹은 감사로 선임되는 경향이 여전히 남아있는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화그룹은 상장계열사 7곳 모두 전자투표제를 도입 실시해 주주 의결권 행사 제도에선 선두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대기업집단 가운데 소속 상장 계열사 전체가 전자 투표제를 실시한 곳은 한화가 유일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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