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교역질서를 뒤흔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현실화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는 적잖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대중국 교역 비중은 25%에 달했다. 미국과 통상 갈등이 격화돼 중국 경제가 타격을 입게 되면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철강과 자동차 등 미국의 전방위 수입 규제에 더해 중국과의 교역까지 위축되면 국내 관련 산업계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된다. 조철 산업연구원 중국산업연구부 부장은 “우리 수출은 중국 의존도가 높고 자본재와 중간재 수출이 많아 미국의 대중 제재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의 대중국 수입이 10% 감소하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282억6천만달러(31조5천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전쟁은 중국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파장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무역협회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유럽연합(EU) 등으로 확산하고 이들 권역의 관세가 평균 10%포인트 오른다고 가정하면, 글로벌 무역량이 6% 감소하면서 우리나라 수출도 6.4%(367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현재 더 높은 관세율이 언급되고 있는데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추가 보복을 운운하며 위협하고 있어 피해가 더 불어날 수 있다.
반면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단기간에 해결될 이슈는 아니지만, 우리나라가 입을 피해가 우려보다 낮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 의존율은 18%다. 제재 대상 품목은 대미 수출 중 10%, 전체 중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 정도다. 이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단기간 수출 감소 효과는 2억달러 미만이라는 분석이다. 이보다는 오히려 금융시장 불안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18.6원으로 전날보다 4.1원 올랐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91포인트(0.35%) 내린 2257.55로 장을 마쳤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면서 국내 증시와 원화가치는 동반 추락세다. 5일 코스피는 2257.55를 기록해 지난 4월 이후 7.7% 하락했다. 원화 가치는 3개월 새 5.2% 떨어졌다. 최근 한 달만 놓고 보면 분쟁 당사국인 중국의 위안화보다 더 떨어졌다.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증시도 최근 한달 새 3% 넘게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등 아시아 금융시장의 충격이 큰 것은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에서 중국(24.8%)과 미국(11.9%)을 합한 비중은 36.7%로 대만, 일본에 이어 세번째로 높다.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78.9%로 대만(79.9%)에 이어 2번째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만큼 당장 피해보다 중장기 전략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은 “(핵심 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가 미뤄지면 우리 기업에 그만큼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으며 중국 시장 개방에도 대응해야 한다. 중국 진출 기업들은 중국 내수 뿐 아니라 수출 시장 다변화를 추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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