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대한항공과 진에어 직원 등으로부터 경영일선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10일 진에어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그러나 사내이사직은 유지하기로 한데다, 새 대표이사로 조 회장의 측근인 권혁민 정비본부장이 선임돼 ‘눈 가리고 아웅’ 식 모면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진에어는 10일 조양호·최정호 대표이사 체제에서 최정호·권혁민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진에어 쪽은 조 회장의 대표이사직 사임 배경에 대해 “전문 경영인에 의한 책임 경영체제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에어는 49일 전 조양호 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할 때도 똑같은 설명을 내놨다. 진에어는 지난 3월23일 주주총회를 열어 조 회장을 대표이사를 선임하면서 ‘책임경영 강화’를 앞세웠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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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이 국토교통부가 진에어에 대한 제재 여부와 수준을 검토하고 있는 점에 부담을 느끼고 사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토부는 미국 국적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과거 6년간 진에어 등기이사로 등록돼 있었던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현행 항공사업법은 항공운송사업자 면허 심사 때 등기임원에 외국인이 있으면 결격 사유로 보고 있다.
한편, 조양호 회장 대신 새로 대표이사를 맡은 권혁민 정비본부장은 지난해 8월부터 올 3월 초 조 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되기 전까지 진에어의 대표이사를 했다. 권 본부장은 조 회장의 대학(인하대학교) 후배이기도 하다. 권 본부장 대표이사 선임에 대해 한 대한항공 직원은 “또 자기 오른팔을 내세웠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조현민 전 전무의 ‘물세례 갑질’ 논란이 불거지자 부회장직을 신설하고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를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석 부회장도 조 회장의 측근으로 꼽힌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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