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나항공 창립 30주년 소회와 비전을 밝히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제공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여성 승무원들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하고 여성 승무원들에게만 세배를 받았다는 내용의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깊게 살펴볼 계획이다, 시간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6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진행된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박삼구 회장의 성희롱 의혹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알면서도 묵인을 했느냐. 향후 대책이 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지난 주말에 이슈화가 된 사안이라 경영진도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깊게 살펴볼 계획이다. 이 정도로 답변을 갈음하겠다.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김 사장의 답변에 앞서 아시아나항공 쪽은 “창립 30주년의 취지에 맞는 비전과 전략 등을 질문을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쪽과 김 사장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자, 기자들의 질문이 계속됐다. 김 사장은 ‘(아시아나항공) 노조가 전문경영인 영입과 경영진의 쇄신 등을 요구한 것’과 관련한 입장을 묻자 “폭넓게 깊게 살펴보고 있다. (국민이) 우려하는 바가 큰 만큼 경영층에서도 깊게 들여다보는 사안이다. 지금 어떤 이야기를 하는 건 성급한 판단이자, 결론일 수밖에 없다. 잘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앞서 지난 4일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아시아나항공지부(이하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관련 뉴스에 대한 노동조합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해 이번 사태를 방조한 경영진과 관리자 등에게도 책임을 물었다.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성명을 통해 “그동안의 그릇된 행위에 대하여 철저하게 반성하고 사죄하고, 특히 해당 부문 여성 노동자(캐빈 승무원)들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주장했다. 또 “총체적인 난국을 극복하기 위하여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고, 경영진을 쇄신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근 금호아시아나 계열사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부산 소속 여성 승무원 4명이 두달새 건강상의 이유로 쓰러진 내용과 관련한 질문도 언급됐다. 에어부산 쪽은 잇따른 사고가 비행 스케줄로 인한 과로와는 연관이 없고, 일시적인 인력 소요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날 ‘아시아나항공도 (에어부산과) 같은 입장인지, 저비용항공사 소속 승무원들의 노동 조건을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김 사장은 “(관련 내용을) 기사를 통해 봤다. 에어부산 사장을 6년 간 했었다. 에어부산 사장과 그 부분을 점검하고, 언론에서 갖는 관심과 우려도 전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 사장은 “이 자리(창립 30주년)의 성격과 내용상 우리(아시아나항공) 회사의 상황을 설명하고 싶지 않겠느냐. (박삼구 회장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은) 그런 맥락에서 드리는 말씀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요소들이 복잡하고 살펴야 할 일들이 굉장히 많다. 섣부른 판단과 언급을 할 만한 시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지하고 책임 있게 살펴보고 있고, 또 앞으로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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