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효경 아시아나항공 상무가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타운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공항 대신 책상이 생긴 사무실로 오는 길이 아직 어색해요. 제가 길을 잘 닦아서 앞으로 여성 승무원들한테 더 많은 기회가 올 수 있도록 해야죠.”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만난 안효경(51) 상무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그는 1월 초 아시아나항공 여성 승무원 출신 최초로 임원이 됐다. 아시아나항공 창립 직후인 1989년 입사해 29년 만이다. ‘최초’라는 타이틀은 2014년 승무원 출신 최초로 여성 팀장을 맡은 데 이어 두번째다.
훈련팀장 시절, 국토교통부에서 항공훈련기관(ATO) 인가를 받아냈다. 국내 항공사 처음으로 객실승무원 안전훈련 시설과 전문교관인력 및 훈련프로그램의 적합성, 우수성 등을 국가로부터 인증받은 것이다. 외국 항공사 객실승무원을 상대로 안전훈련 교육을 할 정도로 명성이 높다. 그는 “안전하지 않은 항공사는 존속할 수 없다”며 “지난 30년간 쌓아온 안전과 서비스 역량을 강화하고 잘 계승하는 한 해가 되도록 더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 상무는 올해부터 캐빈(객실)본부 캐빈서비스 운영담당 부문을 지휘하게 됐다. 4000여명의 승무원 비행 스케줄 관리는 물론 조직·정서 관리,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한 계획 수립과 관리 감독을 도맡는다. 20년 이상의 현장 경험을 살려 후배 승무원들의 손발이 되겠다는 각오다.
“승무원들이 비행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업무를 줄여주고, 공항에 일이 생기면 직접 나가서 빠르게 대처하겠다. 승무원들이 좀 더 편하게 찾아올 수 있게 방문을 열어놓고 고충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하겠다.”
‘24년, 총 비행시간 1만6500 시간.’ 비행 외길을 걸어왔지만, 두 딸을 둔 워킹맘으로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비행 갔을 때 첫딸이 며칠 동안 많이 아팠다. 돌아온 후 딸이 입원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가슴이 아팠다”며 눈물을 훔쳤다.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선 여성 인력에 대한 배려와 문화를 꼽았다. 직원 1만여명 중 여성 직원 비율이 55%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은 여성이 직장과 가정생활을 양립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육아 걱정을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승무원들은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때부터 최대 2년간 출산과 육아를 위한 휴직을 보장받고 있다. 또 육아휴직 뒤 복직자의 조기 업무 적응을 돕고, 육아와 업무 병행에 따른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도록 복직자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안 상무는 “일하면서 아이들을 키우고 가정을 꾸려가는 데 분명 힘든 점도 있었지만, 큰 무리는 없었다. 출산·육아 휴직, 복직할 때마다 편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구성원들이 많이 배려해줬다”며 “양가 부모님과 남편 역시 육아에 참여해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안 상무의 말처럼 육아·가정에 대한 배려는 있었더라도, 승진 등 ‘유리 천장’은 높은 게 현실이다. 여성 직원은 많지만, 아시아나항공 여성 임원은 그가 유일하다. 대한항공도 최은주 상무보 등 5명뿐이다.
안 상무는 승진 비결로 “비행 일 자체를 워낙 좋아해 팀워크에 도움되려고 노력했다. 하루하루 충실하게 일했는데, 상상도 못 했던 임원이 된 것 같다”며 웃었다. 또 “상사의 좋은 점을 벤치마킹했다. 상사들이 보내는 메일이나 보고서 등을 저장해두고 배울 점은 따로 정리하고 참고했다”고 귀띔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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