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삼성 ‘감광액 위험’ 기사 반박 뜯어보니…
삼성전자가 지난달 30일 누리집 ‘삼성 뉴스룸’에 감광액 누출 위험 등 반도체 생산라인 안전 문제를 지적한 <한겨레> 기사에 대해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삼성 뉴스룸’ 갈무리
“백 교수가 발암물질 검출 재검증을 거절” 법원은 삼성전자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아
“실험과정 등 잘못 있다고 볼 근거 없어” 노동부 보고서도 삼성 주장과 다른 결론 내놔
“삼성은 내부 문제 노출 않으려는 문화 강해” 글로벌 거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산업보건학계에서 첫 손에 꼽히는 서울대의 한 노교수를 직접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누리집 ‘삼성 뉴스룸’에 <한겨레 ‘감광액 누출 ‘제2 황유미’ 만드나…’ 기사에 대해 말씀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한겨레>가 지난달 27일 보도한 <반도체 백혈병 논란 10년…끊이지 않는 ‘1급 발암물질’ 감광액 유출> 기사에 반박하는 내용입니다. 삼성전자는 “정확한 사실 관계를 알려드린다”며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2009년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사용되는 감광액에서 벤젠을 검출한 연구결과를 내놓았고 <한겨레>가 이를 인용한 것에 대해 “당시 연구를 이끌었던 백도명 교수는 (재검증을) 거절했으며, 2012년 행정소송 과정에서 법원이 백 교수에게 감광액 분석결과에 대한 데이터 제출을 요청했으나 백 교수 쪽은 ‘자료가 없다’며 이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과거 감광액에서 1급 발암물질 벤젠 등이 검출되는 등 반도체 작업장 내 화학물질이 여전히 작업자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기사의 신뢰를 깎아내리는 내용입니다. 삼성전자는 이밖에도 △감광액은 중대 유해물질이 아니라는 점 △감광액 유리병은 전용 플라스틱 케이스로 보호한다는 점 △근로자들이 화학물질 정보를 언제든지 볼 수 있게 라인에 비치하고 있다는 점 등을 주장했습니다. 삼성전자가 한 대학교수의 실명을 거론하며 반박한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백도명 교수는 한국환경보건학회 회장 및 서울대 보건대학원장을 지냈고, 최근에는 정부가 꾸린 폐손상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가습기 살균제가 폐를 손상한다는 인과관계를 정부 차원에서 공식 확인한 바 있는 연구자입니다. 서울대를 졸업한 뒤 영국 런던대학에서 석사,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딴 백도명 교수는 국내 산업보건학계에서 첫손가락에 꼽히는 권위자입니다. 이런 백 교수 쪽 연구결과를 삼성전자가 극구 부인하고 나선 것입니다. 뒤집어보면 삼성전자 역시 권위자의 연구를 통해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검출된다는 사실이 위험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셈이죠. 반올림 활동가인 임자운 변호사는 삼성전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말합니다. 반도체 공장에서 일한 뒤 생긴 희귀질병에 대한 산재를 인정해달라고 황상기씨 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은 이미 삼성전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2014년 8월 서울고등법원의 항소심 판결문엔 이렇게 나왔습니다. “피고(근로복지공단)는 삼성전자에서 사용한 감광액에 벤젠이 포함되어 있다는 서울대 보고서는 실험의 오류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삼성전자에 감광액을 공급한 업체들이 분석한 결과 및 삼성전자에서 감광액을 제공하여 한국화학연구원 등이 분석한 결과 등을 제출하고 있으나,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한국화학연구원 등이 분석한 시료가 완전히 동일한 것이었다고 볼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실험과정 등에 어떠한 잘못이 있다고 볼 근거도 없으므로,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즉 앞서 삼성전자가 뉴스룸에 밝힌 “감광액이 위험하다는 증거로 이 조사(서울대)를 인용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라는 주장은 법원조차 받아들이지 않은 것입니다. 임자운 변호사는 “이 판결 이후 삼성이나 근로복지공단 모두 이 보고서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그래놓고 다시 뉴스룸에 저런 글을 올리는 것은 이상하다”고 말했습니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 교수는 반도체 생산라인의 희귀질병에 대해 연구한 데 이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사회 이슈화한 ‘숨은 공로자’다. 정용일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선 반올림의 노숙농성이 790일 넘게 진행되고 있다. 김성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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