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중국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할인 판매 행사의 일일 판매액이 예상치를 훌쩍 넘은 28조원에 달했다. 판매액을 실시간으로 집계해 보여주는 전광판에 24시간 동안 매출액이 1682억위안(28조378억원)이라고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해마다 11월11일에 열리는 중국의 온라인쇼핑 행사 ‘광군제'가 올해도 28조원을 가뿐히 넘기는 판매액 등 각종 대기록을 세우며 마무리됐다. 광군제에 참여한 한국 기업들도 큰 폭의 매출 신장을 이뤘다.
12일 0시까지 24시간 동안 진행된 알리바바의 광군제 행사는 전체 매출액이 1682억위안(약 28조3080억원)으로 마감돼 지난해보다 39%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1207억위안의 기록을 시작 13시간 만인 낮 1시9분에 넘겼다. 시장 전망치(1580억위안)도 가뿐히 넘겼다.
올해 광군제 매출의 90%는 모바일에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나,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 누리꾼들이 참여하는 온라인쇼핑의 풍경이 단적으로 드러났다. 모바일 구매비율은 2013년만 해도 14.8% 수준이었으나 처음으로 90%대를 기록했다. 올해 광군제는 6만개 이상의 국외브랜드를 참여시킨 것도 화제가 됐다. 애초엔 독신남성들끼리의 자축 행사로 시작한 광군제는 2009년 온라인쇼핑 업체 알리바바가 대형 할인 이벤트를 실시하고 다른 업체들도 동참하면서 대규모 쇼핑 행사로 발전했다.
광군제는 중국의 대표적 정보기술(IT) 기업인 알리바바가 각종 분야의 테스트를 진행하는 무대가 되고 있기도 하다. 알리바바는 그동안 자랑해 온 클라우드컴퓨팅, 얼굴인식 시스템 등 기술을 올해 광군제 관련 판매와 결제 등에 활용했다. 일부 상품은 1시간 내 배송을 약속하는 등 물류 분야에서의 혁신도 시도했다.
광군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한국 기업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이랜드차이나는 11일 당일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온라인쇼핑몰 티몰에서 지난해(563억원)보다 39% 많은 767억원의 매출을 올려, 국내 기업 중 3년째 매출 1위 자리를 지켰다고 밝혔다. 현대에이치(H)몰은 역직구(해외 소비자들이 국내 제품을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직접 사는 쇼핑 행태) 사이트인 ‘글로벌에이치몰’의 1~10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현대에이치몰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대만·홍콩 등 중화권 고객 비중이 50% 미만으로 떨어졌으나 최근에 이 비중이 70%대로 회복됐다”고 말했다. 다만, 광군제 나라별 매출 순위에서 한국은 지난해 3위에서 올해 5위로 내려앉았다.
화려한 수치에 가려진 광군제의 그늘에 주목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린피스는 지난 9일 자료를 내어, 지난해 광군제 행사가 각종 교통수단을 이용한 배송, 재활용이 불가능한 포장재를 사용하는 탓에 25만8000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했다며 관련업계의 조처를 촉구했다. 지난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광군제 매출과 관련한 자료 제출을 알리바바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외신들은 광군제 때 알리바바 입점업체들이 광범위하게 허위 주문을 내 매출 규모를 늘리는 등 발표된 수치에 거품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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