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전자기기업체 화웨이와 이화여대가 함께 주최한 전국여고생프로그래밍 경진대회의 현장 모습. 사진제공 화웨이
여성을 대상으로 한 기업의 ‘핑크 캠페인’이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면서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여성 소비자 대상 할인이나 경제적 곤란을 겪고 있는 여성 또는 관련 시설을 돕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가운데 성별 다양성의 확대, 폭력으로부터의 여성 생존권 보호 등의 목표를 확고히 한 외국계 기업들이 여성을 ‘주체’로 한 기업 캠페인에 적극 나서고 있다. 소비자·생산자로서 여성을 중심에 놓고 ‘여성 인권 향상’이나 ‘이공계 여성 인재 발굴’ 등의 활동을 펼치며 보다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 코리아는 지난 1일 한국 여성의전화와 업무협약을 맺고 ‘폭력으로부터의 여성 인권 보장’, ‘성평등 인식 확산’, ‘여성 안전의 증진’ 등을 목표로 하는 활동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여성을 위한다’는 두루뭉술한 문구에서 벗어나 ‘여성 인권’과 ‘성 평등’이라는 단어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기존 캠페인과 결을 달리 한다. 에어비앤비는 “직원 모두가 여성의 안전을 포함한 여성 문제에 민감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여성의전화 소속 전문가에게 젠더 감수성 및 민감성 교육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용자들이 안전에 위협을 느꼈을 경우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여성의전화 상담사와 통화할 수 있도록 ‘핫라인’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고미경(왼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와 이상현 에어비앤비 코리아 정책총괄이 1일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여성 인권과 안전, 성평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사진제공 에어비앤비 코리아
에어비앤비가 이런 캠페인에 나선 데는 최근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다가 호스트(숙박시설 제공자)에게 ‘성폭력’을 당한 사례들이 알려지면서 이용자들의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고미경 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이번 협약으로 여성 관광객들이 겪는 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리천장이 두꺼운 분야인 이공계의 여성 참여 확대를 위한 외국계 기업들의 공모전도 여럿이다. 오픈소스(개방형)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인 레드햇은 여대생이 참여하는 코딩 개발 대회인 ‘핑크 코딩 페스트’를 열고 시상식을 2일 열린 ‘레드햇 포럼 서울 2017’에서 열었다. 전자기기 제조업체인 화웨이도 최근 여고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래밍 대회를 개최했다. 화웨이가 이화여대와 함께 여는 이 대회는 여고생 대상 대회로는 국내 유일하다. 레드햇은 또 전세계 여성 개발자를 대상으로 ‘오픈소스계 올해의 여성’(Women in Open Source Award)을 해마다 선정해 발표한다.
레드햇에 따르면, 오픈소스 개발에 참여하는 인재 가운데 여성 비중은 11%에 그친다. 레드햇은 개방형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인 만큼 인적 구성에서도 다양하고 개방적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함재경 한국레드햇 지사장은 “다양성 존중은 레드햇 사업의 핵심 가치”라며 “핑크 코딩 페스트를 통해 잠재력을 지닌 여성 대학생 개발자들이 오픈소스를 경험하고,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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