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뒤 삼성전자를 대표하던 권오현 부회장이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13일 권오현 부회장이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는 부품 부문 사업책임자에서 자진사퇴함과 동시에 삼성전자 이사회 이사, 의장직도 임기가 끝나는 2018년 3월까지 수행하고 연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겸직하고 있던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직도 사임할 예정이다.
권오현 부회장은 “저의 사퇴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민해 왔던 것이고, 더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권 부회장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아이티 산업의 속성을 생각해볼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할 때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가 터진 뒤 이재용 부회장이 특검 조사를 받으면서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못한 바 있다. 그룹을 이끌던 미래전략실도 올해초 해체됐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를 대표했던 권 부회장이 갑자기 용퇴를 선언한 것은 의외이다.
권 부회장은 “지금 회사는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다행히 최고의 실적을 내고는 있지만 이는 과거에 이뤄진 결단과 투자의 결실일 뿐, 미래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의 유죄선고를 받은 뒤 회사에 없는 것에 대해 에둘러 삼성전자의 어려움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권 부회장이 조만간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이사진에게 사퇴 결심을 전하며 이해를 구할 예정이고 후임자도 추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 부회장은 1985년 미국 삼성반도체 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해 삼성전자 시스템 LSI사업부 사장과 반도체 사업부 사장을 거쳐 2012년부터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았다. 2016년부터는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도 겸해 왔다. 올 상반기에는 성과급으로 80여억원을 받기도 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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