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삼성전자의 장기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한단계 상향한다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가 신용등급을 결정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피치는 12일 삼성전자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피치는 “삼성전자의 신용도는 예측 가능한 사건들에 크게 취약하지 않다는 우리의 믿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치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고, 소형 오엘이디(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은 경쟁 심화 및 제품 차별화가 줄어들면서 마진 압박을 받고 있다고 했다. 피치는 “그러나 삼성전자의 영업 현금 흐름은 탄탄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치는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을 평가하는데 있어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가 ‘핵심 이슈’는 아니라고 했다. 피치는 “삼성의 법정 추정 상속인인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유죄 선고가 삼성전자의 일상적인 경영을 의미있게 방해하거나 삼성전자의 신용 프로파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의 전략적 방향은 명확하게 수립되어 있고, 개별 사업들도 충분히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 등 경영진이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로 기업 경영에 큰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기업의 신용을 평가하는 곳은 다른 분석결과를 내놓고 있는 셈이다. 1심에서 징역 5년형의 유죄를 받은 이재용 부회장의 2심 재판은 이날 시작됐다.
앞서 또다른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이 부회장이 구속 상태였던 지난 7월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을 ‘AA-’로 한 단계 상향하고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부여한 바 있다. 무디스는 지난 8월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을 ‘A1’으로 유지하면서도 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올려 등급 상향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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