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SK)는 왜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이 ‘유망한 자회사’ 에스케이실트론 지분 29.4%를 취득하게 했을까?’
경제개혁연대는 10일 에스케이㈜와 에스케이하이닉스 이사회에 이같은 질문을 담은 문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의 지분 취득 과정이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인지도 물었다.
에스케이실트론은 반도체 기초 재료가 되는 얇은 원판인 실리콘 웨이퍼 제조를 하는 회사다. 에스케이는 올해 1월 엘지(LG)가 보유하고 있던 엘지실트론 지분 51%를 6200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또 잔여지분 49% 가운데 KTB PE가 보유한 19.6%는 에스케이가, 우리은행 등 보고펀드 채권단이 갖고 있던 29.4%는 최태원 회장 개인이 증권사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어 간접 인수했다.
총수익스와프 계약은 증권사가 실제 투자자 대신 특수목적법인을 세워 주식을 산 다음, 투자자로부터 정기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즉 최 회장은 에스케이실트론의 지분 권한과 손익을 갖고, 2535억원에 29.4%를 인수한 증권사는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최 회장은 수수료만 부담해 적은 돈으로 실질적으로 지분을 행사할 수 있다.
에스케이와 최태원 회장이 인수한 에스케이실트론은 2012년 상장이 실패한 뒤 영업실적이 저조했지만 최근 반도체 호황 속에 실적이 개선됐다. 지난해 매출액은 8264억원, 영업이익은 332억원을 기록했다. 주력 제품인 300밀리미터(㎜) 웨이퍼 시장에서 약 14%의 점유율로 세계 4위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향후 양호한 실적이 예상되고 에스케이하이닉스 등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에스케이실트론을 에스케이가 100% 인수하지 않고, 에스케이의 이사인 최태원 회장에게 29.4% 지분을 인수하도록 한 점은 문제다”고 지적한다. 상법과 공정거래법은 회사의 사업기회 유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사가 회사의 정보 내지 영업과 관련한 사업기회를 이용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경우 회사가 장래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탈취당하게 된다고 보고 있다.
또 경제개혁연대는 최태원 회장이 총수익스와프 계약을 통해 에스케이실트론 지분을 행사하는 것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해가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정거래법은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20%(상장사는 30%) 이상인 경우 거래금액 등을 고려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한다. 총수익스와프 계약으로 현재도 규제를 피할 수 있지만, 에스케이실트론이 상장한 뒤 최 회장이 지분을 직접 가져가더라도 지분율은 30%에 미치지 못해 규제 대상에서 빠진다.
경제개혁연대는 “최태원 회장의 에스케이실트론 지분 인수는 명백한 불법인지 여부가 명확하지는 않으나 사익편취 규제 등 입법취지를 무색케 하는 거래라 할 수 있다”며 “에스케이가 지분 전부를 취득하지 않고 29.4%를 최 회장에게 취득하도록 한 이유와 이사회에서 논의되었는지 여부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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